[아침뜨락] 이종완 수필가

요즘 늦깎이 대학원 새내기로 살아가는 나의 일상은 분주하다. 심리학과 상담학에 대한 지식이 미천하여 강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버거워 애를 먹기도 한다. 특히 실습을 할 때면 서툴러 말이 매끄럽지 못하고 더듬거려 매번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한다. 그래도 새로운 학문을 알게 되는 기쁨과 배우고 싶은 의욕이 충만한 까닭에 강의 시간을 고대(苦待)한다. 늦깎이 대학원 새내기의 신분과 삶은 나에게 주어진 특별한 선물이고 그래서 고맙고 감사하다.

나는 대학원 입학을 축하받으며 아들과 딸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내게 특별한 선물로 기억되는 것은 아이들의 훈훈한 마음이 느껴졌고 대견스럽게 성장한 마음이 읽혀졌기 때문이다. 분명히 시차를 두고 선물을 받았는데 아들과 딸에게 "아빠! 공부 열심히 하세요."라는 똑같은 덕담을 듣게 되어 참 신통했다. 아들과 딸이 건넨 덕담이 부담스럽게 들리지 않았고 지지와 응원의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최근 내가 애지중지하는 특별한 물건은 아들이 사준 옷과 딸이 사준 가방이다. 강의를 듣기 위해 아들이 사준 콤비를 입고 딸이 사준 백팩을 메고 일주일에 이틀 서울 가는 날은 유난히 뿌듯하다.

며칠 전 나는 내가 다니는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이혜성 총장님의 점심 초대를 받았다. 강의 시간마다 늦깎이 새내기 티를 전혀 내지 않고 즐기며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는 말씀도 덧붙였다.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어느 결에 나는 아들이 사준 콤비와 딸이 사준 백팩을 염치없이 자랑했다. 내가 느끼게 될 무안함과 민망함을 염려해서인지 곧장 총장님이 "참 좋으시겠어요."라는 말로 공감해주셨다. 총장님이 "그럼 아내 분은 어떤 선물을 주셨어요?"라는 질문에 나는 머뭇거림 없이 '아내가 대학원 등록금을 졸업할 때까지 내주기로 했어요.'라고 답해서 동석한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기도 했다. 그 때 내 마음에는 아내와 자식 자랑하는 팔불출로 인식되는 부끄러움보다 행복감이 더 컸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총장님과 점심을 함께한 자리에서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올해 팔순이 되신 총장님이 출간한 '내 삶의 네 기둥'이란 책이다. 팔십년의 삶과 인생을 사랑, 신앙, 상담, 스승에 관한 테마로 솔직하게 담아낸 글을 읽으며 감동을 받았고, 존경심은 더 깊어졌다. 특히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더 우아하고 품위 있게 살아내기 위해 조심스럽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조바심을 가지고 기대 반 근심 반으로 나는 팔순 세상의 신입생이 되려고 한다."는 내용이 내 마음에 오래 머문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의 기둥은 무엇이었고, 앞으로 살아갈 내 삶의 기둥을 무엇으로 만들지를 성찰하고 구상하는 특별한 선물까지 받았다.

내가 늦깎이 대학원 새내기로 살아가는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들과 딸의 마음이 기특하고 장하다. 아들과 딸이 선물을 받기만 하는 존재에서 특별한 선물을 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대견스럽다. 지혜로운 부모가 되려면 호들갑 떨지 말고 무던하게 기다려주는 시간과 마음이 약방의 감초인 듯하다. 행복은 강도(强度)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처럼 특별한 선물인 콤비와 백팩 덕분에 나는 매일 행복이라는 특별한 선물을 받으며 행복 속에 빠져 산다. 누구에게나 오늘은 특별한 선물을 받은 특별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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