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의 건축여행 - 이오 밍 페이를 기리며
김홍철의 건축여행 - 이오 밍 페이를 기리며
  • 중부매일
  • 승인 2019.05.23 16: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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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에 풍수지리학을 더하다
홍콩섬의 스카이라인 ('건축의 탄생' 이오 밍 페이 편에서) / 김홍철
홍콩섬의 스카이라인 ('건축의 탄생' 이오 밍 페이 편에서) / 김홍철

얼마 전 루브르 박물관 피라미드인 그랑 루브르를 설계한 중국계 미국 건축가 이오 밍 페이(I.M Pei, 1917~2019)가 102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어린 시절 미국 문화에 심취해 있던 페이는 건축가의 꿈을 가지고 무작정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었다. 그가 공부를 마칠 때쯤 세계대전이 발발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예 미국에 뿌리를 내렸다. 미국에 대한 애착이 컸던 그는 결국 미국인으로 살았지만, 중국인의 피가 여전히 흐르고 있었기에 그의 건축은 여전히 중국다움이 묻어있다.

많은 사람이 가보거나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여행 장소인 홍콩 스타의 거리에서 바라본 홍콩섬의 야경은 거대한 작품을 보는 듯해 과히 예술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곳에서 유난히 세련된 건축물이 하나 있는데 이오 밍 페이의 중국은행 타워이다. 1980년대 말 홍콩섬의 스카이라인은 지금처럼 빌딩들이 아주 높지 않아서 지었을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기록됐다. 이 빌딩은 페이가 설계한 그랑 루브르(le Grand Louvre)의 다음 프로젝트였다. 페이가 중국은행 타워를 설계한 이유는 그랑 루브르로 워낙 유명인사가 됐었기도 했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중국은행의 총지배인이었었기에 그가 중국은행 타워의 설계를 맡은 건 중국의 꽌시 문화 안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중국에서 건축하려면 중국의 예민한 특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인은 풍수지리학과 미신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 그 면을 골고루 들여다봐야 한다. 페이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중국인들은 8이라는 숫자를 참 좋아한다. 8의 발음이 [ba]인데, 큰돈을 번다는 뜻인 發財[fa//cai] 의 發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해서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1988년 8월 8일에 낙성식을 가지려고 했었지만, 완공이 늦어져 어쩔 수 없이 1989년에 완공됐다.

그 외에도 중국은행 타워는 풍수지리학적으로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페이가 엑스자 형태로 중국은행 타워를 처음 계획하였을 때, 풍수지리학자들이 그 모양이 불길하다고 해서 페이는 다시 지그재그 모양으로 수정했고, 액운을 반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건물 전체를 유리로 감쌌다. 그래도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주변 건축물의 반응이다. 중국은행 타워를 마치 날카로운 칼로 비유하며 그 방향이 자기 건물에 향한다고 하여 옥상에 대포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어 방어했다고 한다.

이 건축물은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HSBC빌딩이다. 물론 대포 구조물을 설치한 후에 실적도 좋아졌다는 후문이다. 그뿐 아니라 구 홍콩 총독부 건물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키가 아주 큰 미루나무를 마당에 심어 그 칼날에 대응하였다. 이처럼 중국인에게 있어 풍수지리학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페이는 뒤늦게 모더니즘을 이끌면서도 중국 전통을 살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내곤 했다. 이후 그가 설계한 쑤저우 박물관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필자가 '건축의 탄생'이라는 책을 내고 한 달이 지난 지금 페이가 세상을 떠났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100세가 넘었으니 건축계의 신선이 될지도 모르겠군."이라고. 페이가 100세가 되었을 때 그는 정말 건축계의 신선이 되는 건가 싶었다. 이제 책을 수정해야겠다. "난 건축계의 신선이 되었네."라고. /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김홍철 작가는

김홍철 작가

만화로 보는 건축가 히스토리인 '건축의 탄생' 저자로 세계 곳곳의 거리와 유명 건축물들을 감성적인 일러스트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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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진 2019-05-25 16:09:16
책을 보면 세계 건축기행을 떠나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요!~ 건축물에 담긴 재밌는 이야기 잘 보고 있어요!^^

닥터홍 2019-05-24 14:29:57
멋집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