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 나병춘

달밤에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그건 배고픈 은수달이
달을 갉아먹는 소리

잘 익은 수박을 깨트려 먹는 소리
올무를 들고 숨어 있는
열네살 소년의 심장 소리

달밤에 첨벙 첨벙 소리가 들린다
그건 날치가 비늘 번쩍이며
달빛 탐하여 뛰어오르는 소리
바람결에 부서지는 은빛 파도 소리

달밤에 어디선가
퉁소 소리 들린다
대밭 사이 굴렁쇠 굴리며 달려가는
열사흘 달님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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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시인.
최호일 시인.

달빛은 항아리처럼 대지 위에 늘 텅 비어있다. 그 텅 빈 항아리를 시인은 여러 가지 소리로 가득 채워 넣는다. 왼손으로 채워 넣는지 오른손으로 채워 넣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히 숨 막힐 듯한 신의 솜씨다. "대밭 사이 굴렁쇠 굴리며 달려가는/ 열사흘 달님을 따라"가다보면 거기엔 두근거리는 '그것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또 한 번 곧 터질 것이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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