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 천주교 청주교구 민족화해위원장이 전하는 북한 이야기
김요한 천주교 청주교구 민족화해위원장이 전하는 북한 이야기
  • 김미정 기자
  • 승인 2019.06.02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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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자립 돕는 방식 지원해야 한반도 평화
김요한 천주교 청주교구 민족화해위원장이 청주 카톨릭청소년센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김미정
김요한 천주교 청주교구 민족화해위원장이 청주 카톨릭청소년센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1년여전 남북정상의 4·27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에 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달 말께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요한 천주교 청주교구 민족화해위원장으로부터 북한의 현실과 필요한 지원방안, 바람직한 통일의 길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 신부는 17년째 인도적 대북지원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돕고 있다.

북한의 현실은

"시골학교 아이들의 15%는 학교에 나오지 못해요. 매월 등록금을 못내서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직장은 있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생존에 필요한 봉급조차 받지 못하고 있고, 청년실업은 남한에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김요한 신부는 북한은 지금 교육, 의료, 식량, 생필품이 심각할 정도로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경제난에다가 사회주의의 핵심인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90년대에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학교들은 평양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전기시설,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요. 한 학교의 경우 전교생 750명 중 500명만 학교에 나와요. 가난해서 책도, 책가방도, 노트도, 연필도 없는 아이들이 많죠. 평양지역 학교들은 우리의 80년대와 같지만, 나머지 지역은 60년대 상황과 비슷해요."

북한의 교육과정은 우리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인민학교 6년, 중학교 6년으로 이뤄진다. 김 신부는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북한의 교육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어필했다.

"병원에서 약을 무료로 줬지만 지금은 시장에서 약을 사서 쓰고 있어요. 치료를 받으려면 소독약 하나까지 사서 의사한테 갖다줘야 치료를 해줘요. 응급상황이나 가난한 환자들의 경우 간단한 수술을 할 때 마취약 없이 수술을 할 때도 있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무상의료가 무너졌고, 시골에는 약국이 없는 실정이라고 김 신부는 소개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불법의약품이 시장에서 나돌기 시작하면서 환자치료는커녕 오히려 병이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잡은 물고기'가 아닌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우리가 북한에 해줘야 할 것은 당장은 쌀, 의약품 지원이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스스로 식량을 만들고, 약을 만들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거에요."

김 신부는 북한에 필요한 지원은, 북한이 원하는 지원은 '자립해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기반 지원'이라고 역설했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우리가 잡은 물고기를 북한에 먹여줘왔는데 앞으로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거나 물고기를 잡을 낚시대를 사줘야 합니다. 그것이 북한도 좋고, 남한도 좋고,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통일로 가는 길입니다."

김요한 천주교 청주교구 민족화해위원장이 청주 카톨릭청소년센터에서  북한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 김미정 
김요한 천주교 청주교구 민족화해위원장이 청주 카톨릭청소년센터에서 북한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김미정 

우리 기준에서의 지원은 도움안돼

김 신부는 남한의 북한에 대한 지원방식이 우리 기준에서 이뤄지면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예로 2000년대 후반께 이뤄진 연탄보내기운동을 꼽았다. 북한주민들에게 '도움'이 아닌 '고통'을 줬다고 평했다.

"우리가 물자를 보내주면 북한에서 다 그대로 쓰는줄 알지만 그 사회의 기준과 틀, 규격이 있는 거잖아요. 우리가 보내준 연탄이 북한의 아궁이와 맞지 않아서 연탄을 부셔서 북한의 틀로 연탄을 다시 만들었고, 이후 남한에서 아궁이 개량사업을 해줬는데 당시 갑자기 남북관계가 안좋아져서 연탄지원을 중단하자 북한에서 다시 그 아궁이를 개조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들었어요."

그는 북한사회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못사니까 도와준다'는 동정심에서가 아닌 '우리에게도 이익이 되니까 북한을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그래야 대한민국 내에서도 반감이 적어요."

한반도 통일로 가는 길은

"통일은 반드시 이뤄야 할 우리의 과제이지만 5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우리는 '통일'에 방점을 두지만 통일이 반드시 평화를 가져온다는 보장은 없어요. '폭력적인 통일', '불행한 통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나아요. '평화로운 분단'도 있습니다."

김 신부는 '평화'와 '통일'을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평화'가 중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한민족이 반드시 한 개의 국가를 가져야 할 이유는 없어요. 우리는 유독 단일민족·단일국가주의를 추구하는데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같은 게르만 민족이지만 통일은 하지 않았어요. 두 나라는 지금 상황에서 충분히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김 신부는 서로 다른 문화·사회·체제·가치관에서 오는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통일이 될 경우 우리보다 40배 이상 낙후된 경제구조에 사는 (북한)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북쪽 사람들을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높고, 거꾸로 북한은 우리사회를 '이기적이고 물질지향주의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아요."

김 신부는 가장 좋은 것은 '평화+통일'이지만 '분단+평화'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현재의 상황은 '분단+폭력'이라고 표현했다.

하노이회담은 왜 실패했나

"하노이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남북교류, 경제협력, 한반도 미래의 청사진을 기대했는데 회담이 결렬되면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졌어요.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근본 이유는 북미간 패권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 신부는 지난 2월 말 북미정상간 하노이회담 결렬이 큰 메시지를 줬다고 평가했다. 한반도문제를 우리 스스로 풀어내기에는 북한도, 남한도 역량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연인이 결혼을 하려면 양가부모도 설득해야 하고 경제적 여건, 집, 신혼살림 등 여건이 갖춰져있어야 하잖아요. 하노이회담에서는 남과 북, 미국, 중국 다 준비가 안돼있었어요."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가 북한 이전에 미국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고, 한반도 평화가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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