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늘 그래왔듯이 새로운 한 달을 맞을려고 하면 지난달을 곰곰이 되새겨 보곤 한다.

5월! 어느달 보다도 참으로 많은 감사거리로 가득한 달이기도 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으로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속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은 날들이었다. 작게는 가정으로부터 좀더 넓게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말이다. 내가 힘들어 할 때 살며시 내 옆에 다가와 두 손을 잡아 주며 괜찮아, 이만 하면 잘했어 라고 축 쳐진 어깨에 힘을 주시던 모든 분들, 참으로 소중한 분들이다. 그분들의 중의 가장 소중한 분들이 바로 다름아닌 가족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한 것이 생각난다. 모든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감사거리가 없으며 이 세상에는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이다. 참으로 의미있는 경구이다.

그런데 가정의 작은 행복도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배려하는 마음과 실천이 없다면 결단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가정의 행복은 어느 누가 그냥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행동으로 보여 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이 뇌리를 스친다. 세탁기가 없어서 빨래를 솥에 넣고 삶은 후에 물에 헹구며 빨래를 했던 시절, 어느 집에서 어린며느리를 보았는데 아직 일이 서툴러서 시아버지 옷을 삶다가 그만 시커멓게 태워 버렸다. 이건 보통 낭패스러운 일이 아니어서 나이어린 며느리는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를 본 신랑이 아내를 달래며 말했다.

'여보,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게을러서 물을 길어다 놓지 않은 탓이요.'

옆에 있던 시어머니가 두 사람 사이에서 끼어들며 말했다.

'너희들 잘못이 아니라 내가 눈이 어두워서 솥에 물을 충분히 재워 주지 못 하였구나.'

멀리서 지켜보던 시아버지가 다가오며 말했다.

'내가 근력이 부쳐 장작을 굵게 쪼개 놓았더니 불길이 너무 강했나보구나.'

이처럼 화목하기로 소문난 이 가정은 세월이 지나면서 논을 사도 문전옥답만을 사게 되었고 소를 사도 새끼 밴 암소만 사게 되면서 부자로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푸근하다. 어쩌면 이렇게 가족 구성원 모두가 남의 탓이 아니라 모두가 자기의 탓이라고 하는 지 그것도 얼마나 지혜롭게 말씀들을 하시는 지 읽는 이나 듣는 이 모두 감동 그자체가 아닌가 말이다. 역시 말에도 지혜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가정은 행복을 만들어 가는 가장 작은 집단이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그런데 오늘날 우리사회의 기초적 근간인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많은 가정이 가족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잃고 있으며 가정의 해체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친구가 좋다고 한들 이웃이 좋다고 한들 내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결국 가족의 관계도, 유지를 하기위해선 배려와 이해심과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감사로 가득했던 5월을 기점으로 우리 모두 가정의 소중함을 재인식하여 계속 웃음꽃이 피어나는 가정이 될수 있도록 상대방을 배려하고 아껴주어야 한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허버트는 이렇게 역설했다.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다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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