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아이는 저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에디슨은 어릴 때 무척 산만했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늘 엉뚱한 질문을 하는 바람에 3개월 만에 퇴학을 당했다. 하지만 에디슨 엄마는 이에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고 항상 아이에게 힘을 주었다고 한다. 마침내 에디슨은 발명왕이 될 정도로 위대한 과학자가 된 사실은 누구나 인지하는 바다.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글이 뇌리를 스친다. 마이클 오어라는 흑인 풋불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 2009)에서 가정교사 수(Su)선생이 마이클에게 과외를 하고 있었다. 수 선생이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는 그에게 '마이클, 너 이거 이해하니?'라고 묻자, 마이클은 고개를 지으며 '아뇨, 이해하지 못하겠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때 수 선생은 곧바로 마이클의 대답을 고쳐주었다. '아냐, 넌 아직(yet) 이해가 안 된 것 뿐이야'라고 말이다.

참으로 짧은 대화이지만 가슴을 저미어 오게 한다. 무엇보다도 수 선생은 마이클을 향해 이 아이가 이해능력이 없는 게 아니고 조금만 더 생각하면 그 똑똑한 뇌로 얼마든지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가정에서 부모님이 아이를 지도하다가 아이가 부모님이 가르쳐 주신 것을 빨리 대답하지못 하거나 틀리거나 하면 속이 터진다. 부모님의 눈으로는 정답이 훤히 보이는데 아이는 문제를 들고 절쩔 매니까 말이다. 부모님 마음속에는 걱정이 생긴다. 저러다가 대학이나 제대로 갈까? 저렇게 공부에 뒤처져서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며 아이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조바심을 일으킨다. 실망은 걱정이 되고 걱정은 분노가 되어 끝내 아이를 이렇게 '그것도 못하니?' 라고 다그치곤 한다. 아니 여기서 끝나지 않고 '쟤가 공부 못하는 것은 당신 탓이야!'라며 엄마, 아빠사이의 논쟁으로까지 번져나간다. 그런데 이런 논쟁이 과연 우리 아이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 부모님 앞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지 못하는 아이는 이미 충분히 주눅이 들어 있다. 거기에 엄마나 아빠가 비난과 잔소리가 더해지면 아이의 자존감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뇌는 차분하게 깨우치면 잠에서 깨어나는 거인과 같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잠재력 덩어리다. 부모님이 좀 더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면 우리 아이는 언젠가 반드시 깨우칠 것이다. 좋은 부모님은 천천히 가더라도 아이의 지혜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기도하며 인내한다. 아이가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유는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노력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임을 알게 해 준다. 그리고 조금 더 노력해 보니 문제가 해결된다는 자신감을 아이에게 심어준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모든 아이가 다 똑똑해서 하나를 듣고 열을 깨우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알아서 척척 공부하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일깨워서 친절히 함께 가야하는 것이 대부분의 아이들이다. 문제는 부모님의 인내다. 비록 더뎌도 공부에 대해 마음까지 놓아버리지 않도록 부모님은 아이를 격려하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이지 아예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인내하며 참고 한발씩 물러서면 아이는 두 발씩 전진하는 날이 오게 된다. 가장 좋은 부모님은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부모님이다.

그렇다. 아이는 부모님이 믿고 기다려줄 때 변화하고 성장한다. "넌 도대체 잘 하는 게 하나도 없니?"라고 지금의 모습만 보고 부정적인 말을 하지 말자.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면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에 "천천히 해도 괜찮아! 잘 못해도 괜찮아! 기다려 줄 게." 이럴 때 아이는 조금씩 노력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우리 아이는 바람직하게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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