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끄·메리·야옹이
도끄·메리·야옹이
  • 중부매일
  • 승인 2019.07.0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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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김규완 전 충북중앙도서관장

50년도 더 된 국민(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 갔다 왔는데도 '도끄'(개-dog를 그렇게 발음했다)가 반겨주질 않았다.

책보를 집어던지고 온 집안을, 온 동리를 샅샅이 훑었으나 헛수고였다.

"아침나절에 개장수가 다녀가는 것 같던데…"

엄마한테 달려가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도끄 팔아먹었지?"

"엄만 모르는 일이다. 밥도 제대로 못 얻어먹어 비쩍 마른 놈을 누가 사가겠냐. 에그 불쌍한 놈."

"내 밥 나눠주면 되잖아!"

밥도 안먹고 며칠을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장에가서 하얀 강아지 한 마리를 사다 주셨다.

'메리'라 이름 지어주고 애지중지 키웠으나 먹는게 영 시원찮던 놈은 얼마 안가서 숨을 거두었다.

젖을 너무 일찍 떼서 그런것 같다고 했다.

앞동산 양지바른 곳에 묻고 꼭꼭 밟아주었다.

어찌할 수 없는 어린 마음에 그쪽으로는 눈길도 발길도 끊고 빙 돌아 다녔다.

도끄와 메리로 인한 애증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놈이 '야옹이'였다.

동네에서 도둑고양이로 천대받던 놈이 가끔 주는 고구마, 감자 얻어먹는 재미로 내 곁을 졸졸 따라다녔다.

똥, 오줌도 잘 가리고 세수도 잘 하고 깔끔한 성격이 맘에 들어 예뻐해 주었더니 어느 때 부턴가 이불 속으로 살며시 들어와 동침을 하고는 새벽에 살그머니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숙종 임금의 고양이처럼.

정들자 이별이라고 며칠째 골골하더니 영 잠들어 버렸다.

동네 사람들이 10살도 더 됐을거라 했으니 사람으로 치면 60~70세, 노환으로 죽은 것 같았다.

조선 제19대 왕 숙종은 궁궐 후원에서 굶주려 죽어가는 고양이를 데려와 금덕(金德)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길렀고, 금덕이 새끼를 낳고 죽자 장례를 치러주고 새끼를 금손(金孫)이라 부르며 귀여워했는데 같은 이불을 덮고 자기도 했다. 숙종이 세상을 떠나자 금손은 먹지도 않고 울기만 하다가 죽고 그 시신은 숙종의 무덤인 명릉 곁에 묻혔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사도세자가 그렸다고 전하는 '개 그림'이 한 점 있다.

작은 개 두마리가 앉아있는 큰 개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데, 기쁜 듯 반가운 듯 달려오는 작은 개와는 달리 큰 개는 무심한 표정이다.

부왕 영조의 사랑을 받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것 같아 보는 이의 마음을 짠하게 한다.

우리 동네에 개들의 천국, 체육공원이 있다.

가끔 펫티켓이 없는 견주들이 목줄도 않고 풀어놓아 놀라게 하는데, 이상하리만치 한결같은 얘기는 "우리 애는 안 물어요."다.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저리가!"하고 소리치면 되레 "우리 애기 놀라잖아요!"한다. 적반하장에 무분수다.

아는 분 중에 길고양이 집도 지어주고 밥도 갖다주는 고양이 엄마가 계신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따듯하고 넉넉하신 분이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도킨스는 동물들의 상호부조나 공생의 삶이란 것도 결국은 이기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이지 결코 이타적인 행동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표트르 크로포트킨은 1902년에 '만물은 서로 돕는다'를 통해, 인간을 포함한 어떤 개체든지 최대의 행복을 얻는 방법은 '상호부조'라고 설파했다.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알면 사랑한다. 알아야 사랑한다. 어설프게 알기 때문에 서로 오해하고 미워한다. 상대를 완전하게 알고 이해하면 반드시 사랑하게 된다."

세상에 나쁜 고양이도 개도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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