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과 김춘수 시인
마르크 샤갈과 김춘수 시인
  • 중부매일
  • 승인 2019.07.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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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정맥(靜脈)이/바르르 떤다./---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날고/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지붕과 굴뚝을 덮는다./삼월에 눈이 오면/샤갈의 마을의 쥐똥만 한 겨울 열매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아궁이에 지핀다.'

이 시는 50년 전 봄의 생명력을 표현한 김춘수 시인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 많이 낭독하던 생각이 난다.

김 시인의 샤갈 마을에 내리는 눈은 설명이 필요 없다. 그는 화가 마르크 샤갈이 살았던 도시를 언급하여 사람들 마음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놓았다. 이미지를 서술하는 형식으로 쓴 이 시는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이 샤갈의 초현실주의를 닮았다. 샤갈은 평생 프랑스에서 살면서 고향 러시아를 그리워했다. 김춘수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샤갈이 그린 '나와 마을', '비테프스크 위에서', '오븐 앞의 어머니' 등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시세계를 구현했다. 그동안 유명한 외국 화가들의 전시회를 여러 번 갔었지만, 샤갈의 그림은 책과 신문, 방송으로만 듣고 봐서 궁금했다.

최근 명동 롯데호텔에서 샤갈전시회가 있어 다녀왔다. 화가이며 판화가 샤갈은 유럽화단의 가장 진보적인 흐름을 누비며, 독창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며 자신의 미술 세계를 발전시켰다. 러시아의 민속적인 주제와 유대교의 성서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의 원초적 향수와 동경, 꿈과 그리움, 사랑과 낭만, 환희와 슬픔 등을 색채로 펼쳐보였다. 이번 전시회에 나온 30여점의 샤갈 작품을 감상하며 김춘수 시인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을 생각해 보았다.

유대인 샤갈은 그림에서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그의 그림 '불타는 가시나무'에서 부활절은 예수께서 부활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사람마다 성황당에서 비는 사람, 석가모니에게 비는 사람들이 있고, 기독교인은 부활을 믿는다. 그는 그림에서 사순절과 부활절, 초현실주의를 잘 표현하였다. 샤갈은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단하나의 색은 바로 사랑의 색이다.'라고 했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요즘은 그림 전시회가 미디어 아트라 하여 캔버스에 그림을 담은 것이 아니라 시각적이 효과가 있는 영상미술로 발전했다. 그리고 배경 음악을 넣어 다채로운 즐길 거리와 예술의 접목을 통한 색다른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 작년에 반 고흐에 대한 유화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러빙 빈센트'를 보았는데, 그림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기라도 한 듯 스크린 위에 펼쳐졌다.

필자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인사동의 갤러리를 돌며, 새로운 그림 작품과 공예품도 감상하고 변화하는 미술계 흐름도 생각해본다. 그림쟁이들은 인사동 갤러리에서 다른 화가들의 흐름도 배우며 이곳에서 전시회 개최를 큰 희망으로 생각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수양을 쌓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다. 예술가는 영혼의 자유로움을 발휘하여 작품을 만들겠지만, 예술에도 철학과 인문학이 배어 있어야 혼이 살아난다. 마르크 샤갈의 그림과 김춘수 시인의 시의 접목을 보며, 미술과 문학의 아름다운 만남을 생각해보았다. 우리 모두 장수시대 그림에 관심을 갖고, 명화자주 감상하며 예술을 사랑하는 문화국민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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