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 박세현

앙리 마티스가 그리다 만 듯한
저녁
비빔국수를 먹고
큰숨 한번 내쉬고
그리고
당신이 버린 여백에다
다정한 친필로 시를 써야겠다
누군가 읽어주지 않아도 좋을
그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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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시인.
최호일 시인.

모든 것이 결핍으로 가득 차 있는 어느 저녁의 풍경이다. 앙리 마티스의 그림은 무엇인가 빠져있는 듯 생략된 것이 특징인데, 그런 마티스가 그리다 만 저녁은 오죽할까. 사방을 둘러보아도 시인의 곁에는 '당신'은 없고 '시'만 있다. 그것도 "누군가 읽어주지 않아도 좋을/ 그런 시"가 비가(悲歌)처럼 저녁 하늘에 흩어진다. 저녁 산책을 하다 유리병에 발을 살짝 찔린 것 같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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