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페이스북에서 안부를 묻는 친구에게 쓴 아들의 답글을 보았다. "난 아싸라서 괜찮아." '아싸'가 뭐지 싶어 찾아보았다.

아싸는 outsider의 줄임말로 어떤 집단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을 말하고, 그 반대인 인싸는 insider의 줄임말로 집단에 잘 적응하고 친화력이 좋은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보통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어울리기를 좋아하거나 야외생활을 좋아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 부류가 인싸에 속하는 것 같다. 어디서나 나서는 걸 싫어하고 할 일만 하는 아들은 게임을 즐겨 하는데, 본인이 '아싸'라고 표현한 것을 보고 쓴웃음이 났다.

도대체 왜 인싸니 아싸니 하는 말을 쓰는가. 인간관계를 나타내는 신조어인 셈인데,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니까 서로 어울려 사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아싸가 인싸보다 좋지 않게 비춰지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아이들이 중학교에서 성격유형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까지는 서로 이해를 못하였다.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딸은 할 일만 하고 모든 일에 소극적인 아들이 이해가 안 되었고, 아들은 내 할 일만 하면 되지 앞에 나서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는 딸을 이해 못하였다. 하지만 유형검사후 다른 성격을 가진 부류를 보면서 '아하 저 사람은 나하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였다.

요즘 아이들 문화에 또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는데 말을 줄여서 쓰는 것이다. 언젠가 대전으로 놀러간 딸하고 통화하다 어디냐고 물었다.

"엄마 침대"

그런데 전화 저편너머로 남자 소리도 들리고 좀 시끄러웠다.

"옆에 누구 있니"

"응, 오빠."

그 순간 머리가 휙 돌았다.

"뭐? 침대에서 오빠랑 있어"

당연한 듯 "응"이라고 대답하는 딸에게 소리쳤다, 뭐가 당당하냐고. 그 순간 딸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엄마는 딸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런 말씀을 하셔요. 침신대라고요. 침례신학대학에서 오빠들하고 동아리방에 있는데"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할 것이지, 왜 줄여서 얘기하고 단어만 말해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거주지를 벗어나 대전까지 활동범위를 넓힌 딸은 인싸중에서도 핵인싸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내가 첫 수필집을 냈을 때 아는 교수님이 "모선생은 활동적이어서 외향적인 줄 알았는데, 글을 보니 내향적인 면도 있네."하였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많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사유하며 자연과 소통 하려면 인싸보다는 아싸 쪽에 가까울 듯싶다.

인싸든 아싸든 어느 쪽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본인이 편한 쪽으로 행동하면 될 터이고, 인싸도 아싸도 아닌 부류의 사람들도 의외로 많을 테니까. 인싸와 아싸의 중간으로 남이 해놓은 결정에 슬그머니 따르는 사람을 '그럴싸'라고 한단다.

인싸인 사람들도 가끔은 아싸가 되어 나 자신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 중심으로 들어가려고 노력을 하고, 많은 사람과 어울리지만 결국은 나를 돌아 볼 여유를 잃어버리는건 아닌지. 인싸든 아싸든 결국은 내 스스로 그 경계를 만드는 것 같다.

본인이 아싸라고 표현한 아들. 인싸와 아싸의 사이에 있는 엄마로서는 그래도 아들이 인싸로 바뀌었으면 싶으니, 인싸가 좋긴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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