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직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단계는 아니지만 아동권리에 대해 연구 중이다. 이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건 아이들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만든 설문지로 사전조사를 해보니 아이들 반응이 시원찮았다. 전문가들이 최선을 다했으나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 두 집단의 이해도가 달라서 설문지는 일곱 번째 수정 중이다.

연구와 설문의 내용은 아동의 권리에 관한 것이다. 1989년 비준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 등을 기본이념으로 정하고 있다. 생존권은 기본적인 삶을 누리는 데 필요한 권리를 말한다.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안전한 장소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보호권은 아동이 차별, 학대, 폭력, 노동 등 유해한 것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말한다. 발달권은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필요한 권리를 말하는 데 교육 받을 권리와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 여가를 즐길 권리 등이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참여권은 나라와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 참가할 수 있는 권리로서 단체에 가입하거나 모임에 참여하고 유익한 정보를 얻을 권리를 말한다.

아동 권리와 관련한 공공의 노력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아동친화도시' 인증이다. 지금까지 전국 37개 도시가 인증을 받았고 83개 도시가 추진 중이다. 우리 지역은 음성군과 충주시가 인증을 받았으며 옥천군, 제천시, 증평군, 청주시가 전담부서를 마련하고 추진 중에 있다. 아동이 미래의 시민이 아닌 현재의 시민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사자인 아동 중심으로 일을 추진하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이다. 아동을 위한 일에 아동이 없는 정책은 소용없다. 아이들이 의견을 내도록 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 자체가 아이들의 참여권을 존중하는 매우 귀중한 과정이다. 직접 해보니 쉽지 않지만 아동 관련 정책의 진행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동권리 실현에서 권리주체자로서의 아동과 그들의 권리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의무이행자로서 부모, 보호자, 사회복지실천가, 교사, 지방자치단체 등의 인식은 그래서 중요하다. 직접 물어보지 않고는 필요를 알 수 없다. 직접 묻고 답하며 당사자 중심의 서비스와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렇게 제시된 아이디어가 모두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그 또한 중요한 민주주의 과정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겪어보니 민주주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 어지러움이 정리되는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우리 아이들의 성장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글의 시작은 가덕에서 사라진 우리 이웃 아이를 찾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잘 알기에 아이가 빨리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응원하는 사람이 많음을 말하고 싶었는데 이야기가 멀리 나갔다. 이 글이 신문에 실릴 때 쯤 아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기를 바란다. 은누리처럼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잘 아는 것도 표현하고 말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혹시 아이를 누군가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지만 아이가 누구인지 몰라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이면 좋겠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아이는 보호받고 생존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아이의 고귀한 삶을 강제하거나 빼앗으면 안된다.

아이들이 가정과 사회의 돌봄을 통해 일상의 행복을 누리고 안전하게 보호받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어른들의 몫이다. 아동 중심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아동의 의견을 무조건 수용하라는 것은 아니니 아이들의 권리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어른다운 어른이 많아지길 바란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