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민정 수필가

요즈음 출퇴근길에 아들이 작곡한 락(rock) 음악을 즐겨 듣는다.

승용차 안에서 혼자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얼마 전 외국으로 밴드활동을 떠난 아들을 만나고 있는 것 같아서 행복해진다. 한 곡 한 곡 각기 다른 음색과 리듬은 심장으로 듣게 되고 엄마이기에 애틋함이 더해간다. 본조비나 콜드 플레이, 베피 클라이로 밴드를 좋아했던 아들은 그들의 음색과 감각적인 리듬을 닮아가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고, 매 순간마다 새롭게 들려온다. 이제 시작하는 아들은 아직 한참 젊은 나이니까 앞으로 많이 배우고 경험을 더해 성숙해져서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오늘, 퇴근길은 고요한 저녁 하늘빛이 핑크빛 노을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 아래 '타레가'의 명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의 기타소리를 듣는다면 금상첨화이다. 석양 아래서 운치가 더 살아나는 이 곡은 애잔한 선율과 연속적인 트레몰로 주법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의 기타 음악이 담긴 CD를 튼다. 음악과 함께 그리운 마음도 잔잔히 물결치며 번져나간다.

두 해 전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을 가본 적이 있다. 해질녘 궁전은 붉은 성벽과 어우러져 눈물이 날 만큼 아련하고 아름다웠다. 서글픈 역사를 지닌 궁전은 수많은 음악가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관람하는 내내 타레가의 기타연주의 선율이 들려오는 듯 했다. 타레가는 그의 제자이자 유부녀인 콘차 부인을 짝사랑하여 고백하였으나 거부당했다. 실의에 빠진 타레가는 스페인을 여행하다가 이 곳 궁전을 접하게 되고 궁전의 아름다음에 취하여 이 곡을 쓰게 되었다 한다.

아들이 떠나가기 전 통기타를 가르쳐 주었다. 클래식 기타를 배우려면 먼저 통기타를 먼저 익혀야 쉽다고 했다. 통기타를 한 달 가량 배웠지만 이미 굳어버린 손가락은 말을 듣지 않았다. 코드를 잡는 것조차 마음대로 안 되고 악보를 보는 것도 어려웠다. 긴 손가락은 기타를 연주하기에 타고 났다고 하지만 앞으로 많은 노력이 있어야 아름다운 소리가 날 것 같다.

김민정 수필가
김민정 수필가

클래식 기타를 좋아하게 된 것은 영화 '금지된 장난' OST '로망스'를 듣고 나서부터였다. 그 연주를 듣고 있으면 어느 곳에 있던지 그 공간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진정되며,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지금도 내 가슴 한쪽 깊은 곳에 숨겨 두고 위로 받고 싶을 때마다 꺼내어 듣곤 했다. 어서 빨리 '로망스'를 기타로 잘 연주하여 다른 이들과 감성을 함께 나누고 싶다.

요즈음, 북한과 일본으로부터 위기의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다.

두 나라와의 대립이 질서정연한 대위법을 배열하진 못해도 화해의 리듬으로 받아 들여진다면 진실은 왜곡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미사일, 도발, 무역보복, 정냉경냉(政冷經冷)으로 뒤섞인 불협화음이 평화체제, 비핵화, 협상, 화해, 공동번영으로 안정된 화음으로 들려오길 기도한다.

석양은 서산을 넘어 가고 차는 어느 덧 집 앞 주차장에 멈춰 섰다. 보이스톡이 울리며 화상전화속에 반가운 아들의 얼굴이 뜬다. 들을 때마다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음악처럼 둘만의 사랑이 오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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