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처서가 지나니 아침저녁은 제법 선선하다. 여름이 물러가고 있다. 지난 7, 8월은 너무 뜨거웠다. 매일 반복되던 '폭염주의보', '폭염경보'에서 보듯 날씨도 뜨거웠지만, 지난 7월1일 일본총리 아베가 촉발한 경제보복 수출제한 조치가 더 뜨겁게 했다. 지난 해 10월 대법원의 일본징용배상판결과 이에 따른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집행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경제보복을 시작한 것이다.

즉시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구호로 '노 저팬(No Japan)'운동을 시작한 국민은 위대하다. 일본제품 안사고, 일본여행 안 간다. 나도 그랬다. 8월 초 예정했던 홋카이도 여행을 취소했다. 불매운동과 함께 아베를 규탄하는 전국적인 촛불집회도 계속됐다.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거라며 폄하한 유니클로 임원의 발언에 대해 한 달 만에 매출을 70%나 떨어뜨렸고, 자체 방송을 통해 우리를 조롱하던 화장품회사 DHC를 거의 문 닫게 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일본맥주와 일본식품이 사라졌다. 일본제품을 찾아내 대체재를 알려주는 '노노 저팬(No No Japan)' 사이트가 성황이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던 일본의 한국관광객은 반 이상으로 뚝 떨어졌다. 결국 국내 항공사들도 많은 일본노선을 줄이거나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시민과 함께 지방자치단체도 참여했다. 심지어 얼마 전 서울 중구청은 'No, Japan' 배너를 곳곳에 내걸었다가, 자발적인 시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자치단체는 빠지라는 요구에 하루 만에 내리기도 했다. 당장 압력을 받고 있는 반도체 업계는, 그동안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래하지 않던 국내 소재업체에 손 내밀기 시작했다. 정부도 추가경정예산의 많은 부분을 반도체 소재개발에 투입하기로 했다. 급기야 정부는 고심 끝에 한일정보교류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했다. 일본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한·일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고, 우리 정부의 대화협력 노력도 계속 거부했기 때문이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극일캠페인은 아베가 현재의 입장을 고수하는 한 그칠 수 없다. 우리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냄비근성' 운운하는 얼빠진 일본극우세력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에게 꿀릴 일이 무엇인가. 저들은 아직도 전범국(戰犯國)으로서 저지른 만행에 대한 책임인정을 거부하며, 정치적 입지확보를 위해 이번과 같은 수출제한조치, 독도의 분쟁지역화 등으로 우리를 핍박하려 한다. 우리가 당하고 있을 수 없다. 기술 분야에서 일본이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도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앞서고 있다. 수출 주력상품인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로 인해 예상되는 당장의 손해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일본에 대한 기술의존에서 벗어나 탈일본(脫日本)해야 한다.

문화인류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최근의 저서 'Upheaval'(대변혁)을 통해, 일본이 한·중과의 과거사에 대해 독일과 같은 진정한 사과 없이는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나아가지 못할 것을 지적하면서, 주어진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헌신적 지도자를 중심으로 적절한 대응책과 단합된 힘으로 위기를 극복한 핀란드와 같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 극일에 대한 열기와 냉철한 상황분석을 통해, 국민이 하나 되어,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 때문에 뒷전에서 단합을 저해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심지어 'No Japan' 플래카드 위에 대통령과 집권당을 욕하는 플래카드를 붙이는 행위 등은 매국행위나 마찬가지다. 온 국민이 단결해서 지치지 않는 열기로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고, 일류국가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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