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120억 vs 시 30~40억 '팽팽'

도시정비구역인 재건축·재개발주택사업에서 조성되는 '사용비용'(속칭 매몰비용)이 관련 업체로 부터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비용은 철거, 건설사 등 협력업체로 일종의 대여금 형식을 취해 사용되고 있다. 조합의 운영비, 행사·회의비, 용역비 등의 경비로 지출되고 있다.

◆'매몰비용' 부담 어디까지?

실제 청주시가 일부 토지등 소유자의 정비구역 해제 신청에 따라 운천주공 재건축사업 정비구역 해제 절차를 밟는 가운데 '사용비용' 부담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45회 청주시의회 임시회 1차 도시건설위원회에서 한병수 의원은 "운천주공 재건축사업이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면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매몰비용은 얼마나 되느냐"며 "결산 과정에서 주민 간 불협화음이 심화하지 않겠느냐"라고 우려했다.

유흥열 청주시 도시재생사업과장은 "조합 측은 매몰비용이 120억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조합 총회에서 의결한 비용은 30억~40억원 정도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홍성각 의원은 "30억~40억원도 전부 지원하지 않을 것 아니냐. 많은 사람이 걸린 문제"라고 역시 우려감을 표시했다.

김현기 의원도 "매몰비용이 120억원 정도라는 데 손쉽게 결정할 게 아니다"고 정비구역 해제 이후 매몰비용의 후폭풍을 의식했다.

유 과장은 "시가 지급할 매몰비용은 총회에서 의결한 금액의 절반 정도"라며 "나머지는 총회에서 의결해야 주민·조합원에게 분담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청주시 정비사업 사용비용 보조 업무처리기준'(업무처리기준)에 따르면 매몰비용은 주민(조합)총회 의결을 거쳐 결정한 예산의 범위에서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용한 비용이다.

매몰비용 업무 항목은 외주용역비, 기타 사업비, 회의비, 인건비, 운영비다. 업무처리기준은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면 조합이 매몰비용 보조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외주용역비 결정 금액은 검증위원회가 결정한 업무인정 금액의 70%를 초과할 수 없다. 운천주공재건축조합·운천주공재건축정상화추진위원회는 매몰비용 120억원 전액을 시가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매몰비용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지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정비사업 매몰비용을 일반 조합원들에게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경기 부천 원미7B구역 재개발조합이 토지 등 소유자들을 상대로 낸 잔여채무분담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조합 측 주장을 기각한 원심을 지난 14일 확정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합 정관은 청산 후 채무나 잔여 재산이 있을 때 조합원들에게 공정하게 배분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조합 설립이 취소된 경우 잔존 채무를 부담하게 하는 규정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경기 부천 원미7B구역은 지난 2010년 10월 조합을 설립했다. 그러나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토지 등 소유자 과반이 동의해 2014년 조합설립인가 취소 결정을 받았다. 그러자 시공사로 선정됐던 건설사가 입찰보증금 30억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돈이 떨어진 조합은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조합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정비사업을 할 때 추진위원회나 조합은 사업 초기 단계에 정비업체와 건설사로부터 돈을 빌린다. 사업이 끝날 때까진 별다른 수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업이 중도 취소되면 이 매몰비용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점이다. 해산에 동의한 소유주들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업 추진에 동의한 이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비롯해 조합 집행부나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해석으로 갈렸다. 대법원은 총회 결의가 없거나 명문화된 정관이 존재하지 않는 한 토지 등 소유자 개인에게 채무 부담을 전가할 수 없다고 결론 냈다.

이에 대해 청주에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한 조합 관계자는 "앞으로 중단되는 정비사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조합장과 임원들이 한결 자유로워 질 것"이라며 "매몰비용 부담이 없어진 만큼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조합설립인가 취소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매몰비용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사라졌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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