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수장고 항온·항습 중요한 미술품에 영향 우려
미술관 측 "산업용 제습기까지 동원… 하자 보수 예정"

지난 6일 찾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4층. 천장에서 비가 새고 있어 비닐이 늘어져 있고 빗물을 받치는 통까지 놓여져 있다.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지난해 12월 27일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으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이하 청주관)에 비가 줄줄 새고 있어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9월 초 태풍 링링 영향으로 내린 집중호우로 청주관 4층 천장에 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4층 천장은 지난 주말 내린 태풍 타파의 영향속에 아직도 보수 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지난 22일 찾은 청주관 4층에는 이달초와 마찬가지로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치기 위해 설치한 비닐이 축 늘어져 있고 그 아래는 떨어지는 물을 받는 통까지 놓여져 있었다. 그 앞에는 '환경 개선 작업중'이라는 푯말이 서 있었다. 물이 새는 4층 옆 전시실에는 미술은행 소장품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미술계 관계자 A씨는 "지난해 말 개관해 9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 미술관에 비가 샌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미술관 전반적으로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건물 자체에 물이 새는 것은 미술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술 전문가에 따르면 미술관은 항상 온도 18~20도와 50%의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미술 작품의 변형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습도가 올라가면 캔버스 작품의 경우 캔버스가 젖었다 마르면서 늘어지고 갈라지는 현상이 올 수 있으며 얼룩, 울음 등이 생기고, 나무 작품의 경우 곰팡이가 생길 수 있고 벌레가 생길 수 있다. 금속 작품의 경우는 부식의 우려가 크다.

또 다른 미술계 관계자 B씨는 "지난해 연내 개관을 위해 기일을 무리하게 맞추려 한 것이 부실공사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청주관은 거대한 수장고이기 때문에 기후 변화에 따른 충분한 시험가동 기간이 있었어야 했는데 작년 개관할 당시에도 작품을 걸어둔 채 공사가 같이 진행돼 무리한 진행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B씨는 "청주관은 건물 자체가 거대한 수장고이기 때문에 어느 공간이든 물이 새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건축 전문가 C씨는 "리모델링 건물의 경우 물이 새는 부분은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발생한 것인지 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누수를 잡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청주관 관계자는 "4층은 일반 통로쪽이라 작품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현재 산업용 제습기까지 가동해 습도를 맞추고 있으며 시공사에 요청해 보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주관은 개방 수장고인 1층, 관람객 쉼터와 수장고 및 보존처리실이 있는 2층, 개방수장고와 라키비움, 보존처리실이 위치한 3층,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보관하는 특별수장고와 미술은행 소장품을 보관하는 일반수장고와 보존처리실이 있는 4층, 5층은 기획전시실과 사무실, 휴게실이 배치돼 있으며 1천30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이 보관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71년 소장품 수집을 시작한 이래 수집한 작품 8천164점 중 2020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소장 작품 중 40% 규모인 4천여 점을 청주관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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