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민정 수필가

'가을에는/사랑하게 하소서/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김현승 '가을의 기도' 중에서)

청자 빛 하늘 아래 노랗고 하얀 국화가 황백지단처럼 고운 자태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가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조카의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은 가정이라는 틀 안에 십자수를 놓아가는 과정이다. 부부세계를 자신들만의 빛깔로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하여 50,60년 동안 길고 긴 여정을 수놓아 작품 하나를 완성해 가는 것이다.

지금은 무엇이든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듯 보이지만 살다보면 단단한 실이 끊기기도 하고, 고은 실이 엉켜 답답해 질 때도 온다. 그런 때가 오면 자신을 뒤돌아보며 기도하라는 의미이다. 그런 날에는 기도 속으로 피해야 한다.

기도는 신과의 대화이다, 두렵고, 마음이 흔들리고, 애타는 마음이 지속 될 때마다 신과의 긴밀한 대화로 나와 함께 있음을 염두에 두며 인식할 때 염려가 줄어들고 문제가 해결되어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준다. 기도는 몸의 등불이며 호흡이며 길이기도 하다.

몇 해 전 지인이 입원과 수술을 병행하며 위태로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매달리며 기도 했다. 그렇지만 날이 갈수록 병은 점점 악화되어 갔다. 벼랑 끝에 선 그는 모든 걸 정리하라는 의사의 말에 마지막 기도를 올리는데 자신도 모르게 감사의 기도가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지켜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주님 뜻대로 하시옵소서."

그런데 그때부터 마음이 편안해져오며 점점 통증이 줄어짐을 느꼈다고 했다. 기적처럼 병이 회복되어 갔다. 병든 몸을 고쳐주시기만을 간구했던 채움과 높음을 버리고 비움과 낮아짐으로 마음의 쉼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혼기를 넘어선 어떤 딸이 훌륭한 배필을 만나게 해달라고 늘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그 기도는 쉽게 응답되지 아니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애야 너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기도해보렴," 그러자 딸은 어머니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우리 어머니에게 훌륭한 사위감(?)을 보내주시옵소서." 그러고 얼마 후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기도는 나를 위한 기도가 아닌 참회하는 마음으로 진심으로 구했을 때 정말 기적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했다.

오늘 새출발을 하는 부부에게 당부하고 싶다. 결혼은 두 길의 레일 위를 걸어가는 것이다. 한 길은 평온한 레일, 다른 한 길은 고난의 레일이다. 고난의 레일 위해 설 때에는 기도 시간을 갖도록 하자. 물질로도 지혜로도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을 때에는 기도가 필요하다. "깨어 기도하라"는 긴장의 끈이 풀리고 마음이 해이해지면 인성이 무너지고 파괴되는 일을 만나게 되어 죄악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온전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라는 의미이다. 내면의 삶속에 기도가 있을 때 견고해진다.

안방 가장 아늑한 곳에 기도상을 걸어놓으시고 늘 기도를 올리셨던 어머니를 따라 내 침실에 '기도하는 사무엘'을 바라보며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김민정 수필가
김민정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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