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얼마전 제천시민회관 1층 전시실에서 부부와 손자가 시와 시조작품을 선보이는 출판기념회 및 시화전이 열렸다. 시민들은 장르별로 향기를 맡으며 나름대로의 심미안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작가분들께 마음속으로 감사함을 금치 못했다.

이번 행사는 전에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이색 전시회이다. 이를 준비하느라 얼마나 고뇌하고 얼마나 애간장을 녹였을까. 그러함에도 작가들은 자신의 생각을 그 누군가와의 표현을 통한 소통으로 값진 보람을 느끼기에 뼈를 깍는 인고의 시간을 마다않고 쾌히 할애한다. 이런 분들의 덕분에 시민의 문화의식은 신장되고, 이러한 수고로움 덕분에 우리의 삶의 질 또한 향상되는 것이다.

무릇 문화란 한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독특한 생활양식을 의미하며 사회 구성원들이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 공유하고 있는 행동 양식과 사고방식 등을 말한다. 이러한 문화활동은 문학이나 예술 분야와 관련된 의미로 정신적이고 물질적으로 진보된 상태나 세련되고 교양 있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여기에 오늘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변화를 가져오신 분들이 있기에 더 없이 감사하기 그지없다. 개인이 자신의 시작품을 독자에게 선보인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생각의 다름에서 출발한 것을 작품을 통하여 공감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 작업을 부부와 손자가 해냈다. 오늘의 주인공인 백서 박관희님은 첫시집인 '두레박'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늙은이 가슴에도 활작 핀 벚나무 한그루에 꽃이 다 질 때 모습을 글로 남기려고 이번 첫 시집을 세상에 남기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좋은 열매를 맺고자 그동안 시인과 시조시인, 아동문학가, 수필가의 삶을 선택했고 이는 제 인생서막 2장을 향해가는 또 하나의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반짝이는 동심으로 돌아가 어린 벗들에게 웃음을 주고 기쁨을 안겨주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좋은 작품을 쓰고 싶어 합니다. 졸작이지만 두레박을 세상에 풀어놓고 싶습니다'라고 삶의 여정을 토하면서 결코 겸손을 잃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부인 조영자님은 2019년 4월 수안보온천 전국시조백일장 장원작인 '청령포 사설'에서 남다른 역사의 혜안을 노래했고, 제천 장락초 4학년인 손자 박성민군은 제6회 수안보온천 한국시조지상백일장 초등부 장원작인 '남한강 올갱이국'을 통해 남한강 다슬기 국을 다시한번 회상해 보았다.

일찍이 시인 타고르가 그의 유명한 시집 '기탄자리'에서 '죽음이 당신의 문을 두드릴때에 당신은 그에게 무엇을 바치겠습니까. 나는 내 생명이 가득찬 광주리를 손님 앞에 내어 놓겠습니다. 나는 그를 빈손으로 돌려보낼수는 없습니다'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 세상에 올때는 빈손으로 오지만 이 세상을 떠날때는 역사위에 손톱자국이라도 남겨놓아야 한다. 어떤 사람은 사업을 남겨놓는다. 또 어떤이는 뛰어난 인격을, 훌륭한 작품을 남기기도 하고 위대한 정신을 유산으로 남기는 이도 있다. 오늘의 이색작품 전시회가 또 다른 도전으로 나에게 와 닿는다. 가족이 문학이란 언어예술을 통하여 공감적 소통을 넓혀 나아갈 때 우리네 생활 또한 향기나는 삶의 여정으로 조금씩 조금씩 아름답게 수놓아 갈 것이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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