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텃밭은 할 일 다 하고 숨고르기 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 년 동안 아이들과 채소를 심고 흙을 복돋아주고 김을 매 주었다. 콧잔등에 땀 훔쳐가며 호미질 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맴돈다.

충청북도교육청 청주 행복교육지구 민간공모사업에 금천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선정되었다.

청주시 금천동에는 보유하고 있는 밭이 있다. 해토머리 무렵, 동 직원들과 주민자치 위원들이 밭을 청소하고 트랙터로 갈아 구역을 정해 주말농장을 주민들에게 배분하고 수익금은 금천장학금에 보탠다. 올해는 그 중 일부분을 행복텃밭으로 만들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텃밭에서는 도심 속 행복텃밭 작은 농부들이, 금천동 행복센터에서는 토요문화놀이터가 열렸다.

봄에는 각 조별로 적겨자, 적치마, 상추, 케일 등을 심었다. 땅에 구멍을 뚫고 모종을 심어 흙으로 덮는 일을 아이들은 봉사자들 도움으로 잘 한다. 물론 채소선정이나 심는 시기는 장학분과장이 농업 박사여서 척척 진행이 되고, 주말농장을 신청한 초보 농부들도 분과장에게 물어보면서 심었다.

일주일 지나서 와 보면 아이들은 자기가 심은 채소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지는 것에 신기해한다. 또 수확한 채소를 봉지봉지 싸서 아이들에게 여유 있게 들려주어 경로당이나 이웃들과 나누어 먹게 하였다. 토요일 텃밭에 오느라 낮잠도 못 잔다고 투정 부리던 아이들이 점점 재미를 붙여간다. 또 어린 동생들, 부모님들도 같이 나옴으로써 텃밭은 가족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여름에는 배추, 무, 대파 등을 심었다. 여름 가을 내내 키워낸 김장배추가 활짝 꽃을 피웠다. 하루는 참가학생 부모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가 배추꽃을 보았다고 자랑한다고. 무슨 이유인가 했더니 배추벌레가 배추를 온통 뜯어먹은 것을 보고 배추꽃이 피었다고 한 거였다. 서둘러 벌레를 잡아주면서 한참 웃던 기억이 있다.

고사리 손길을 받은 배추는 온몸을 곧추 세우고 발돋움한다. 가뭄이면 물을 정성스럽게 준 분과장과 위원장 덕분에 항암배추 수확이 좋다. 주민자치 위원들이 밭에서 배추를 수확하고 행정센터에서 절이고 씻어서 김장을 하였다.

배추 300포기 속 넣는 일에 아이들 손길도 바빠졌다. 봉사자들과 주민들까지 합세해서 김장이 만들어지고 상자에 담아 마을 주민들에게 김장 나눔을 하였다. 나눔 받을 주민은 행정복지센터에서 선정했는데 명단에 없는데도 김장을 받으러 오신 분들이 있어 난처하였다. 배추 포기 수에 맞추어 선정한 인원이라 어쩔 수 없이 못 받고 돌아가시는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지팡이에 의지한 채 절룩이며 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이 많은 거 같아 안타까웠다. 힘든 인생길을 걷고 있는 분들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직접 농사를 짓고 수확해서 나눔의 행사 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한 뼘 커졌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옥수수, 상추, 가지, 고추 등도 수확해서 경로당에도 갖다드렸으니 나누는 즐거움도 느꼈으리라.

청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리는 도시농업박람회 견학도 하고 청원생명축제, 생태공원 방문도 하면서 농업의 소중함과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성공적인 사업이란 생각이 든다. 나 역시 텃밭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졌다.

텃밭에서는 이웃 간의 소통이 시작되고 도시속 공동체가 살아 숨 쉰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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