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힘으로 소득 얻는 '착한 기업'… 판로 개척 필요

침체된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고 무너진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며 지역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기업이 있다. 마을을 살리는 마을기업이다. 마을기업은 지역주민이 각종 지역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마을단위의 기업이다. 농촌마을에 소득과 일자리를 만들고 공동체의식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착한 기업'이다. 밖에서 볼 땐 구멍가게이지만, 주민에게는 대기업이나 다름없고, 주민들에게 직장이 아니라 놀이터가 된다. 충북도내 마을기업의 현황과 과제, 성공사례를 3차례 소개한다. / 편집자주

지난 10월 19일부터 23일간 열린 제12회 청남대 '국화축제'에서 충북지역 마을기업 10여곳이 참여해 판촉전을 갖고 있다. 올해 처음 마련됐다. / 충북도 제공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충북지역 마을기업은 현재 88곳으로 양적 성장단계를 거쳐 질적 성장단계에 들어섰다.

충북은 농촌의 물적·인적 자원을 활용하는 '농촌형 마을기업'이 활성화돼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출규모는 1억원 안팎이 대부분으로 영세해 판로 개척 및 확대, 홍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강화하는 쪽으로의 지원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도내 11개 시·군 마을기업에서 고용한 인원은 3천432명(상근+비상근)으로 마을의 성장과 함께했고, 특허, 전통식품 품질인증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마을기업지원기관인 충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도내에는 마을기업 육성사업을 시작한 2010년부터 현재까지 110곳이 마을기업 지정을 받았고 이중 12곳이 지정취소돼 2019년 6월 기준 88개 마을기업이 있다. 전국 1천592개의 5.5% 수준이다. 신규지정 현황을 보면 2010년 2곳에서 시작해 2011년 6곳, 2012년 10곳, 2013년 11곳으로 급증하며 질적 성장했고 2014년 5곳, 2015년 3곳, 2016년 5곳, 2017년 6곳, 2018년 2곳, 2019년 7곳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마을기업지원기관인 충북기업진흥원이 지난해 '마을기업 설립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중부매일DB 

매출규모는 1억원 안팎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도내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린 업체가 지난해 26억원을 찍었고 매출 5억원 이상이 단 세 곳에 불과하다.

지역별로는 지역특산물·자연자원·자연생태 등 지역자원을 활용하는 특성상 도심보다는 농촌지역에 활성화돼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군별로 보면 괴산군이 16개로 도내에서 마을기업이 가장 많고, 영동군 14개, 청주시 12개, 단양군 8개 순이다. 이어 충주시·제천시·보은군·옥천군·진천군이 각 6개, 증평군 5개, 음성군 3개다. 청주시 지역에 12개가 분포돼있는 것은 청주·청원 통합 이전에 청원군 업체가 많았기 때문이다.

법인형태는 마을 자원을 활용하다 보니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이 주를 이루고 1차 농산물 판매·가공 기업 비중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법인형태를 보면 영농조합이 56개로 63%를 차지하고 있고 사단법인 10개, 협동조합과 농업회사 각 9개, 주식회사와 임의단체 각 2개로 집계됐다.

사업유형은 일반식품이 56곳(63%)으로 가장 많다. 전통식품이 13곳, 농촌체험마을 등의 관광체험 10곳, 공예품 4곳, 기타서비스 3곳, 물류배송 1곳, 재활용 1곳 순이다.

인력이나 매출 측면에서는 영세한 편이지만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도내 특허 보유 3개 업체, 전통식품 품질인증 보유 4개 업체, HACCP 인증 획득과 무농약·유기농 인증획득 업체가 다수 있다. 특허 보유 업체는 ▶내포긴들마을 '효소넣은 팝콘' ▶도마령영농조합법인 '한과제조' ▶토담 '가능 감잎을 이용한 감잎장아찌 제조기술' 등이다. 전통식품 품질인증 업체는 ▶㈜무궁화식품 한과 ▶㈜토종 된장 등 3종 ▶장안골 두부 ▶솔뫼 고추장 등이다.

전국 시도별 마을기업 현황(2019년 6월 기준)
전국 시도별 마을기업 현황(2019년 6월 기준)

전국 시도별 현황을 보면 충북은 10번째에 위치해있다. 전국 1천592개 중 경기도가 183개로 가장 많고, 전남 161개, 충남 134개, 경북 131개, 강원 122개, 경남 120개, 전북 110개, 서울 96개, 대구 89개, 충북 88개, 부산 78개, 광주 61개, 인천 56개, 대전 53개, 울산 44개, 제주 36개, 세종 30개 순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하는 마을기업에 선정되면 최대 5천만원의 지원금에다 경영컨설팅 및 판로지원, 홍보마케팅 등 다양한 자립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충북기업진흥원은 내년 교육을 더 늘려 마을기업 역량을 키우고, 업종별 멘토단 운영, 소셜커머스 판로 지원, HACCP인증 지원(3개소), 브랜드·포장디자인 지원(6개소), 박람회 참가 등을 통해 판로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마을기업지원기관인 충북기업진흥원이 지난해 11월 마을기업 대상 리더십역량강화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중부매일DB 

충북기업진흥원 마을기업담당 김소라 매니저는 "충북은 '농촌형 마을기업'이 많다 보니 매출이 영세한 편이지만, 마을기업 취지가 '매출'보다는 '지역상생'에 더 의미가 있다"며 "판로개척을 돕기 위해 올해 마케팅교육 등 교육을 9차례 진행했다"며 내년 확대 계획을 밝혔다.

이승기 충북도 공동체정책팀장은 지역과 상생한다는 기조 아래 최근에는 이웃돕기, 장학금 전달 등 지역사회 공헌활동에 나서는 마을기업도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철호 충북마을기업협회장 인터뷰

온·오프라인 판매망 구축 절실

조철호 충북마을기업협회장(하늘농부영농조합 대표). / 김미정
조철호 충북마을기업협회장(하늘농부영농조합 대표).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마을기업이 많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건실한 마을기업'이 많이 늘어나는 게 중요합니다."

조철호 충북마을기업협회 제2대 회장(하늘농부 유기농영농조합 대표)은 마을기업의 경쟁력으로 '지속가능성'을 꼽았다. 충북은 농촌형 마을기업이 많은만큼 판로확보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제품이 좋아도 판로를 못 가지면 의미가 없잖아요. 마을기업은 작은 규모인데 생산도 하고 판매도 하고 회계도 해야 하고 교육도 받아야 하고 할일이 너무 많아요. 좋은 제품 만드는 데 전력하게 하고 판매망 개발이나 연결은 도와줘야 해요."

조 회장은 마을기업에 가장 필요한 사업이자 협회의 내년 사업계획 중 첫번째로 온·오프라인판매시스템 구축을 꼽았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판로 확보와 홍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을기업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에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 등 도내 사회적경제가 같이 공동판매장을 갖고 온·오프라인으로 운영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특히 온라인쇼핑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행안부 시범사업 중에 공동판매장을 만들어주는 '유통형 마을기업 사업'이 있었는데 실패이유가 오프라인 매장만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2월 충북도와 충청지방우정청,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이 업무협약을 맺고 도내 마을기업 23곳 등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이 우체국쇼핑몰에 입점하도록 한 점을 좋은 예로 제시했다. 2014년 설립된 충북마을기업협회는 앞으로 각종 정부지원시책과 공모사업 정보공유, 네트워크 강화 역할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공모사업이 많은데 모르는 경우도 많고 신청할 때 제출서류가 많아서 애를 먹어요. 협회나 지원기관이 행정적 지원을 하도록 구상중입니다. 충북은 마을기업, 마을기업협회, 지원기관(행정기관)의 3박자가 잘 맞아요."

조 회장은 마을기업이 열심히해야 지원사업도 늘고 관심도 늘고 결과적으로 마을기업이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마을기업은 '기회'입니다. 마을기업 지정을 통해 한단계 발전하고 인지도, 매출, 일자리, 사업다각화 등을 이루는 '기회'를 얻으니까요. 또 농촌의 활기가 되고 지역경제도 좋아집니다."

지원기관 담당자가 1~2년마다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지원기관의 체계화된 시스템이 성공요인중 하나인데 충북기업진흥원 마을기업 담당자가 1년 계약직이라 안정적인 일을 해나가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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