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2019년은 몇 백 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황금 복 돼지해라서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의 벼락부자는 아니라도 그냥 마음 편하게는 살 수 있을 거란 아주 소박한 희망으로 기해(己亥)년을 맞아 8천760시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금년이 아직 좀 남아 있지만, 집단이나 개인적으로는 벌써 기대 이상의 노오란 황금 돼지의 복을 아름으로 받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황금 복에 건 꿈이 너무 커서 그랬는지 국가적으로 소망한 통일의 염원은 아직도 감감한데, 하반기에 찾아온 건 너무도 큰 재앙이었다.

1910년생으로 50년 가까이를 고향인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지내다가 대륙정복의 꿈을 안고 유럽으로 건너온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 : African Swine Fever)이 중앙아시아를 누비다가 극동으로 방향을 돌려 중국을 거쳐 금년 5월에 북한에 도착하더니 9월에는 멧돼지가 그 병원균을 등에 지고 비무장지대 철책을 뚫고 넘어와 휴전선 남방 곳곳에 대재앙의 씨를 뿌렸다.

냉장육속에서도 6개월 이상을 버티고, 가열이나 훈제나 건조해도 죽지 않아 아직껏 면역항체나 치료제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이리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삼일에서 길어야 일주일이면 사망하게 되는 무서운 ASF 병원균을 한 달 이상의 악전고투 끝에 섬멸할 수는 있었지만, 그 상흔은 너무도 깊었다.

황금 복돼지라고 온 국민이 해맞이를 하면서까지 누가 훔쳐갈세라 마음과 가슴 속에 잘 간직해 둔 꿈과 소망이 수천 수백만 복 돼지들의 생명과 함께 생매장되는 것을 지켜봐야했으니 얼마나 기가 막혔겠는가. 사관들은 돼지해에 불치의 병원균과 함께 검역도 받지 않고 밀입국한 멧돝한테 집돝들이 떼 죽임을 당했다고 특기할 것이다.

게다가 금년엔 한반도의 해수운(亥水運)도 나빴나 보다. 초여름부터 시작한 태풍이 가을이 다가도록 한 파수 간격으로 강도를 조절해가며 한반도를 강타하더니 상처 추수를 겨를도 없이 어마 무시한 피해를 남겨놓고 동해로 잠적한 태풍의 원혼들은 그래도 미련이 남았는지 내년에 꼭 다시 보잔다. 망각이 심한 우리의 태풍대비태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리라. 정신을 차릴 때까지 괴롭힐 것이니 부디 눈가림하지 말고 제대로 고쳐서 어떤 고강도의 태풍이 노크를 해도 들리지 않도록 해보자.

우리는 태풍이 소리 없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이름도 개미, 나리, 장미, 미리 내, 등으로 지어줬고, 북한도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무지개, 메아리, 등으로 지었는데, 태풍마저도 외래종이 들어오더니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서 큰 자국만 남겨놓고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그냥 지나쳐갔다.

돼지해에 그의 천적인 아프리카 돼지 열병과 습기에 약하다는 돼지를 괴롭히느라 대형태풍들이 연타하며 거쳐 갔으니 천상의 일관 실수로 보긴 그 강도가 너무 거셌다. 돌이켜 볼 순 없지만 해력(亥歷)상 이런 비운은 아마 어디에도 없었을 것이다.

오비이락 격이랄 수도 있겠지만, 십이지 중 돼지처럼 큰 재앙을 겪었던 소와 닭은 자기 집 마당에서 자기이름을 걸고 그런 수모를 당하진 않았던 것 같다. 반려동물을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듯 인류의 생명보고인 이들에게도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연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랬다.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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