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인류는 사람의 사회성을 주도해온 소통에 힘입어 진보해왔다. 인류문화의 빛나는 업적은 소통의 산물이다. 소통하는 능력은 생존과 성공, 관계 맺기와 행복한 삶의 주요변수다. 사람은 자신의 고귀한 생각과 마음을 타인과 주고받으며 삶을 성장시킨다. 타인과 주고받은 말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 관계는 돈독해진다. 누군가와 주고받은 말이 말로 그치고 행동으로 구체화되지 못하면 관계는 꼬인다. 말의 영향력은 행동으로 옮겨질 때 확장된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이다. 사람은 생각하지 않은 것을 말할 수 없다. 말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의 생각과 마음에서 나온다. 나쁜 생각은 마음에 해를 끼쳐 결국 나쁜 말과 행동을 초래한다. 말은 곧 말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는 것이다. 내가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복기해 보면 무심코 던진 말들이 태반이었다. 내가 신중함 없이 내뱉은 말들도 고스란히 내 삶이 되었다.

인간은 혀를 통해 죄를 짓는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말을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김훈 작가는 "말은 인간이 저지른 대부분의 죄악에 개입했거나, 그 죄악 자체다. 이제, 말은 소통에 기여하기보다는 인간 사이의 단절을 완성시키고 있다. 말은 말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누군가를 비난하고 경멸하고 무시하는 말들을 퍼붓고 난 후에 후회를 반복한다. 누군가에게 칭찬하고 지지하고 위로하는 말을 건네지 못한 것을 자책한다. 내가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내 혀를 지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도록 눈과 귀를 훈련해왔다. 우리의 눈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하듯 우리의 귀도 듣고 싶은 것만 듣는데 익숙해졌다.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의 생각과 욕구에는 안중이 없고 내 입장과 마음에만 머물러 내 말만 한다. 내 입은 하고 싶은 말로 분주하고 내 귀는 다른 사람의 평가와 인정에 목마르다.

사람은 속내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방어적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감추는 도구로 말을 사용한다. 상대방의 말이 그 사람의 전부라고 착각한다면 상대방의 진짜 마음과 감정은 알 길이 없다. 누군가를 만나면 상대방의 얼굴이나 행동을 살펴 그 사람의 심리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적절한 말로 반응해야 한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억제하고 있던 욕구와 감정을 비언어적인 신호로 표현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상대방의 비언어적인 신호를 관찰하고 해석하는데 인색하고 서툴다. 의사소통 중에 65퍼센트 이상이 비언어적인 소통이지만 그중에 사람들이 인지하고 내면화하는 정보는 겨우 5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소통할 때 표정, 손동작, 눈썹이 올라가는 모습, 목소리의 높낮이, 갑자기 팔짱을 끼는 자세와 같은 비언어적인 신호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 상대방의 진짜 감정과 욕구를 인지할 수 있다. 소통에서 비언어적인 정보를 놓친다는 것은 눈을 감고 하늘을 보는 것과 같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자신이 한 말을 완수할 때 사람은 성장하고 성숙한다. 자신이 운명적으로 수행해야 할 임무를 깨달았을 때 그것을 거침없이 말해야 한다. 말은 듣는 자가 있어야 성립되고 소통은 잘 듣는 것으로 완성된다. 잘 듣기는 상대방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이해해주겠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말은 입술에 30초 머물지만 가슴에 30년 머문다고 한다. 지혜로운 화자(話者)는 가슴에 30년 머물게 하는 사랑의 언어로 청자(聽者)를 감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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