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가는 길
영천가는 길
  • 중부매일
  • 승인 2020.02.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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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고속도로 이차선 길은 생각보다 한산하다. 딸을 조수석에 태우고 영천 가는 이 길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운전하게 될지. 멋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딸의 앞날도 막힘없이 달리는 이 길처럼 탄탄대로였으면 좋겠다.

처음 딸을 만나던 때가 언제였던가. 벌써 스물 두해 전이다. 병원 유리창 너머 간호사 품에 안겨 나를 바라보았다, 처음 품에 안았을 때 벅찬 감동을 느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커서 내 품을 떠난다.

어렸을 적 꿈이 요리사라고 했다. 포부가 커야 된다는 생각에 "그래 훌륭한 요리사가 될 거야"라는 말보다 네가 좋아서 요리를 할 때와 네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돈 주고 사 먹을 때의 음식은 다르다고 말했다. 지나고 보면 꿈은 상황에 따라 또 커가면서 바뀌는 것을 엄마의 잣대로 꿈을 평가해 좋고 나쁨을 이야기 했다.

고등학교 때 군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딸. 그 결정은 너무 확고해서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었다. 직업이 많은데 왜 여군이 되려고 하는 것일까. 소심한 엄마는 딸이 맞닥뜨릴 세상이 험할 것 같아서 노심초사였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평등한 자본금. 그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오로지 군인이 되기 위해 노력한 딸. 육군 3사관학교에 당당히 합격했다.

3사관학교는 입학하기 전에 기초 군사훈련을 6주간 받는다. 그 기간에 적성이 안 맞아서 나오는 경우도 있단다. 훈련 받으러 가는 딸은 긴장하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이 펼쳐질 텐데 당연히 긴장되겠지. 본인이 선택한 길이지만 환경도, 사람도 낯설어 설레임 반 두려움 반 이겠지. 모두들 똑같은 상황이기에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손을 잡아본다.

앞으로 2년 동안 공부와 훈련을 같이 해야 한다. 장교가 되려면 통솔력뿐만 아니라 병사들을 이끌 재빠른 판단력, 적재적소에 명령을 내리는 치밀함이 있어야 함을, 가장 위험한 일에 앞장서는 모습이 장교가 할 일이라는 것도 배우리라. 시련 앞에서 못 견딜 것 같은 한계에 도착한 힘든 일이라도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되어 함께하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못 해낼 것이 없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단결된 힘은 어떤 역경과 고난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힘든 훈련을 통해서 알게 되리라.

리더란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끄는 사람이다. 치열하게 노력하고 확실한 실력을 갖추어 중요한 순간에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남다른 각오와 전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리더는 한 발 먼저 생각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배우리라.

연필로 쓴 글씨는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쓸 수 있지만, 말에는 지우개가 없어서 말을 할 땐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도. 삶에는 연습이 없다는 걸, 최선을 다해서 이 일 저 일 부딪혀보고 터득하겠지.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갈 멋지고 당당한 딸. 지금 가는 이 길이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 엄마에게 늘 소중한 보물 같은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 네 안에 보물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본인을 귀하게 여겼으면 싶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자기의 역할을 성실하게 해내었을 때, 진정한 삶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인생의 요리사가 되어 맛깔난 인생을 가꾸었으면, 소소한 작은 선택부터 인생을 바꿀만한 큰 선택까지 현명하게 결정하면서 삶의 묘미를 알아 가리라.

드디어 영천에 도착했다. 시작점(始作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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