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유창선 시인

아내와 함께 병원 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아내는 시내에서 막내아들과 생활하고 난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이 좋아 삼 년 전부터 미원 운교리에 귀촌하여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아내는 허리가 좋지 않아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 치료를 받으러 다닌다.

오늘은 아내와 시내 병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미원 운교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를 가려면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약속시간까지는 충분히 여유 있는 시간이지만 마음이 바쁘다.

강아지들 밥을 챙겨주고 있는데 저만치 미원 가는 마을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부랴부랴 문단속을 하고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승객은 나 혼자뿐이다.

미원 장날이나 무슨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곤 거의 텅 빈 채로 운행하는 마을버스지만 정해진 시간표대로 매일 제시간에 운행되고 있다. 항상 마을버스를 이용할 때마다 편리함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

겨울철이라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텅 빈 들녘과 발가벗은 나뭇가지가 휑하다. 빈 낚시터에 풍경들이 웬일인지 낯설기만 했다.

이십 여분을 달려 미원에 도착했다. 미원서 시내 가는 시내버스로 환승 청주로 향했다. 현재 시내버스에 환승 시간이 한 시간 내로 되어있는 시간을 조금만 더 늘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시내에서야 어느 방향으로든 한 시간 내에 환승이 가능 하지만 시골 마을버스는 배차 시간이 한 시간을 초과하는 곳고 있고 한 시간내 환승할 수 없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욕심 같아선 지금보다 삼십 분을 늘여 환승 할 수 있다면 더없이 편리 할 듯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내와 약속한 병원 앞이었다. 병원 로비에 들어서며 아내를 찾아보았다. 아내는 아직 안와 있었다. 아내를 기다리는 동안 병원 로비를 둘러보니 접수창구에 세 사람이 앉아 있다.

깨끗하게 잘 정돈된 로비 한편에 고무나무 화분과 극락조 화분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러나 두 화분이 물을 주지 않아서 배배 말라죽어가고 있지 아니한가. 그나마 고무나무는 아직 생기를 잃지 않았지만 극락조는 아사직전이었다. 꽃을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화초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나는 접수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 화분에 물 좀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 사람은 못 들은 척 마이동풍이었다. 내가 주제넘은 소릴 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잠시 후 기다리던 아내가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섰다. 환한 아내의 모습을 보니 그나마 기분이 좀 풀렸다. 아내와 함께 원장실에서 진료를 마치고 나오며 원장에게 로비에 있는 화분을 내게 달라고 했다. 순간 원장은 별걸 다 달란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잠간 주저하던 원장은 자신이 확인 후 주겠다면서 우릴 따라 로비로 나왔다 그리곤 내가 가리키는 극락조 화분을 보더니 가져가란다. 꽃을 좋아하는 난 고맙기 그지없었다.

유창선 시인
유창선 시인

누군가 개원 기념으로 보낸 화분인 것 같았다. 보낸 이의 마음과 원장의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고자 난 화분 살리기에 지극정성을 다하고 있다. 목마름에 시들어 아사직전까지 같던 극락조는 이제 생기를 되찾고 있다. 머지않아 이 극락조가 아름다운 꽃을 피울 때쯤이면 내 아내의 몸도 완치되어 함께 바라보며 웃을날이 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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