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오랜만에 통영항에서 연화도를 갔다. 그동안 사량도, 욕지도, 소매물도, 연대도 등을 다녀왔는데, 통영 앞바다에는 570여 개의 섬이 있기에 동양의 나폴리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여러 해 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를 갔었지만, 통영 주변의 섬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연화도는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24㎞ 해상에 위치한 섬으로 북쪽에 우도, 서쪽에 욕지도가 있다. 전설에 따르면 서울 삼각산에서 도를 닦던 연화도인이 조선의 억불정책에 의해 암자를 빼앗기고 세 비구니를 데리고 남으로 내려와 연화도에 은둔처를 정하게 되었다. 그는 연화봉에 실리암이라는 암자를 짓고 수도 하다가 그곳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후 사명대사가 스승인 연화도인의 뒤를 이어 이곳에 와서 수도하였다. 연화사는 연화도인과 사명대사의 수도성지로 20여 년 전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쌍계사 조실스님인 고산스님이 창건하였다.

연화도는 사방이 기암절벽으로 되어 있는 섬으로 통영 8경의 하나인 용머리 해안이 유명하다. 용머리 해안은 보덕암에서도 볼 수 있지만, 연화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더 좋다. 이 섬의 음식은 해초 비빔밥이 유명하다. 이 섬에도 어린이가 줄어서 초등학교가 학생 5명, 교사 1명의 분교로 축소되었는데 농어촌에 가면 젊은이들은 없고 노인들만 많다.

우도는 연화도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마한 섬이다. 우도는 제주도에 있는 우도처럼 소가 누워있는 모습이라 하여 우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우도는 연화도와 반하도 사이에 2년 전 국내 최장의 해상보도교가 개통되어 이젠 연화도와 같은 생활권이 되었다. 보도교를 건너 좌측 숲길을 따라가면 먼저 아랫마을을 만나고, 다시 언덕길을 넘으면 윗마을에 이른다. 마을 가는 길에는 동백나무숲이 터널을 이뤄 장관이다.

그동안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과 필리핀 보라카이 섬, 영국 남부 브라이턴 해변, 이탈리아 나폴리와 카프리 섬, 베트남 하롱베이, 그리고 홍콩 섬의 리펄스베이 등을 가보았지만 자연미 넘치는 통영이 좋다. 여행 중 자연을 탐방하는 것은 마음을 탐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통영 앞바다는 자연이 잘 보존되어 참 아름답다. 짭조름한 바다 냄새 맡으며 연화도 바닷가 길 바라보니, 그동안 쓰지 못한 시의 문장이 내 마음속에서 태어날 것 같았다. 봄의 시작이다. 봄기운이 가득한 섬과 해안을 걸으면 우리의 삶은 더욱 빛날 것이다. 우리 모두 마음을 넉넉하게 나누고 살았으면 좋겠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연화도에서 겨우내 답답함을 털고 바닷길을 걸었다. 그리고 옹송그렸던 어깨를 펴고 초록의 바다 보며 간절히 기도했다. 귀가하려고 여객선을 탔더니 춘풍(春風)이 하얀 바다 파도와 봄 향기를 데리고 와서 객실에 가득 풀어놓았다. 춘풍을 생각하니 들꽃 꺾어 든 소녀가 생각나고, 필자의 시 '추억 속의 봄길' 기억에 가슴이 뛴다. 우리는 꿈을 되새김질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행복하다. 먼 곳을 향해 가는 배가 고요하게만 갈 수 없듯이 가슴으로 다스리며 전진해야 한다. 새봄, 행복한 삶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전진하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아가면 자신의 삶에 비상(飛上)의 날개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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