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무심천의 꽃비가 내리고 나면 산에 봄꽃들이 시작합니다. 산에 분홍빛 산벚나무 꽃이 피기 시작하면 참나무 잎들이 초록으로 물들어갑니다. 산벚나무가 피면 떠오르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꾸구리, 뚜구리, 뚝지라 부르던 둑중개입니다. 둑중개는 쏨뱅이목 둑중개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한강, 금강, 만경강, 섬진강, 낙동강 최상류에 서식하는 담수어류입니다.
 
둑중개라는 이름은 특이한데 어원은 전해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몇 가지 사실로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압록강, 두만강에 많이 서식하는 둑중개는 북한 방언으로 독중개, 뚝중개로 불립니다. 돌을 뜻하는 독과 돌이 모여있는 둑을 뜻하는 말로 돌이 많이 쌓인 계곡 주변에 서식하는 종개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평안북도 방언으로 '둑중'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둑중'은 짜증이라는 뜻인데 둑중개가 화가 나면 아가미를 부풀려서 짜증이 난 모습으로 보입니다. 이에 물고기를 뜻하는 개와 합쳐져 둑중개가 되었을지 유추해 볼 뿐입니다. 미국에서 불리는 sculpin fish는 둑중갯과 물고기를 말합니다. 'sculpin'를 해석하면 건달이라고 나옵니다. 둑중갯과는 위험이 닥치면 아가미를 벌리고 위협하는 자세를 취해 화가 난 것처럼 보이며, 으스대는 형태로 보이기에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둑중개는 평균 수온이 20℃ 이하인 깨끗한 계곡에서만 서식합니다. 3월부터 4월까지 산란기인데 각 지역별로 둑중개 산란 시기가 차이가 있습니다. 정확하게 산란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서식지 주변에 산벚나무가 꽃이 피면 둑중개가 산란을 한다고 합니다. 산란은 수컷이 계곡의 큰 돌에 자리를 잡고 암컷을 불러드리는데 암컷은 650~900개의 노란 알을 돌에 붙여 산란을 합니다. 산란 후에 수컷은 암컷을 내쫓고 다른 암컷을 불러들여 다시 알을 낳게 합니다. 그러면 노란색 알이 덩어리로 돌 밑에 가득합니다. 이제 수컷은 몸 색을 화려한 혼인색에서 검은색으로 바꾸고 알을 사수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근처에 오는 금강모치나 버들치들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어찌나 공격성이 강한지 사람 손가락이 다가가도 입으로 물려고 달려듭니다. 먹이도 먹지 않고 부화할 때까지 지키는데 영양분이 부족하면 자신의 알을 일부 섭취하면서 자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둑중개의 생태는 신비로운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살아가는 반경을 10~20m 안쪽으로 이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 둑중개를 관찰할 때 큰 계곡에서도 집중적으로 일부 지점에서만 나옵니다. 다른 물고기는 하천을 따라서 이동하거나 번식을 하지만 둑중개는 자신의 한정적인 영역에서만 서식하는 특성으로 지역마다 유전적으로 다른 점을 보입니다. 쉽게 강원도 치악산 계곡에서 서식하는 둑중개와 양구군 계곡에 서식하는 둑중개는 종은 같지만 유전적으로는 다르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는 진화적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둑중개는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보전되다 개체수가 많다는 이유로 2012년도에 해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역별로 유전적인 내용이 다르다면 보전이 시급한 상태입니다. 충북에 둑중개 서식지는 몇 곳 되지 않습니다. 단양의 남천계곡, 속리산의 법주사 계곡, 단양의 어상천 일부 지역, 제천의 덕동계곡 정도입니다.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는 둑중개 서식지가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충북은 점점 그 서식지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제천의 덕동계곡은 펜션 및 관광 시설들이 들어오면서 오염원들이 계곡으로 유입되면서 둑중개 개체수는 급감하였습니다.
 
문경새재를 따라 오르다 보면 계곡에 꾸구리 바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꾸구리는 둑중개의 방언으로 이 바위에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바위 밑에는 송아지를 잡아먹을 정도의 큰 꾸구리가 살고 있어서 바위에 사람이 앉아 있으면 물속의 꾸구리가 바위를 움직였다고 합니다. 특히 아가씨나 젊은 새댁이 지나가면 바위를 움직여 희롱했다고 전해집니다.

박현수 숲 해설가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옛 전설에 남을 정도로 둑중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던 물고기입니다. 하지만 점점 산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에 의해 사라지고 있습니다. 산벚나무 꽃잎이 떨어지면 다음 해에 다시 피지만 한번 사라진 둑중개는 이제 전설로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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