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요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특히 바람이 불면 더 그렇다, 누가 볼까 큰일이다. 점점 사라지고 있는 머리카락 때문이다. 한때는 머리숱이 많아 숭덩숭덩 쳐 내기도 했는데…, 요즘은 머리 감을 때마다 빠지는 머리카락이 진짜 아깝다. 어떨 때는 쪼그리고 앉아 빠진 머리카락을 세고 있는 나를 보고 울적하다.

사진이야 슬쩍 머리를 다듬어, 초가지붕처럼 머리를 잘 정리해 찍으면 된다. 그나마 친구들 중에서 내가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머리숱이었다. 풍성하진 않지만 고등학교 동창생 셋을 만날 때는 은근 사진을 찍어 기가 산 나였다.

그 세 명은 모두 나보다 좋은 집에 살고, 돈도 많고, 게다가 몸도 좋고 얼굴까지 잘 생겼다. 신은 공편한 건지 그들에겐 단 하나 풍성한 머리카락을 주지 않았다.

한 명은 거의 머리 한 가운데가 휭 하고, 또 한 명은 그 반대로 주변이 휭 하고, 나머지 한 명은 뙤약볕 아래 연한 풀처럼 머리가 힘이 없다. 태풍이라도 한번 휘몰아치면 몽땅 뽑힐까 걱정이다.

이러니 그 친구들을 만나면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대 머리를 강조할 수밖에. 하지만 요즘 슬슬 무너지고 있다. 친구들도 "경구도 나이를 먹는구나"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친구들 만남에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그래도 나름 작년까지는 거울 속에 난 또래들보단 젊게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더 더 들어 보이니 거울이 닿도록 본다. 뒤통수는 볼 수 없어 손과 목이 돌아갈 정도로 살펴본다. 목에 쥐가 날 정도다. 이러다간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검은 머리는 결이 괜찮은데 흰머리는 철사 줄처럼 굵어지는 듯 삐죽 나오기 일쑤다. 예전 흰 머리카락이 하나 둘 생겨 친구한테 넋두리를 했던 게 생각난다. 그 친구는 "너는 뽑을 머리라도 있으니 행복한 줄 알아"라고 말했다. 한숨을 내쉬는 친구의 머리를 바라보니 햇빛에 더욱 빛나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없는 부분이 반질반질 눈부시도록.

이런 내 마음을 읽은 아내는 홈쇼핑 채널을 돌리다가 머리숱이 풍성해 보이고 빠지지 않게 해 주는 기능성 샴푸를 주문한다. 어쩌다 나도 함께 보다 새로운 샴푸를 발견하면 아내에게 "저 샴푸 쓰면 머리가 막 솟아올라 올 것 같은데…"라고 최대한 애절한 눈빛으로 말한다. 그럼 아내는 지난 번 주문한 샴푸가 남아있다며 난처한 모습이다.

한번은 누가 빨래비누로 머리를 감아 모발도 굵어지고 개운한 게 좋다고 했다. 나도 따라했다가 머리에 부스럼이 잔뜩 생겨 근질근질 된통 혼났다.

예전 아내가 임신 했을 때는 어디를 가도 임산부가 그렇게 보이더니 요즘은 머리숱이 없어 휭 한 사람이 보인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경구 아동문학가

그리고 텔레비전과 신문, 잡지에 난 가발 광고에 눈길이 멈추게 된다. 한때는 가발 생각도 났지만 목욕탕에 둥둥 떠다니던 가발 이야기와 단체로 춤을 추다가 가발이 돌아가 사람들이 목이 돌아갈 줄 알고 놀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접었다.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린다고 생각했는데 왜 머리카락 앞에선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는지 모르겠다. 아! 오늘도 자꾸 거울을 보게 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