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유창선 수필가

청주에서 모임이 있는 날이다 어린 시절 함께 지냈던 고향 친구들 넷이 모여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식사도 하고 술도 한잔 하며 옛이야기들도 나누고 서로에 안부도 묻는 만남에 날이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 되었다 12시 약속이지만 내가 사는 곳 운교리에서 청주 약속 장소까지 갈려면 서둘러야 할 시간이다. 우선 마을버스를 타고 미원까지 나아가 청주 가는 버스로 환승해야 하니 미원까지 나가는 시간하며 미원서 청주 가는 버스 기다리는 시간 등을 따져 보면 약속시간까지 빠듯할 듯하다.

버스시간표를 살펴본다 마음이 바쁘다, 외출할 때마다 왜 이렇게 마음이 빠쁜지 모르겠다. 옷을 챙겨 입고 다시 한번 마을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버스 정류장을 향해 집을 나선다. 내 사는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약 300m 남짓이다.

우리 마을버스 노선은 미원을 출발해 구방리에 이어 운교 1구와 2구, 큰덕골을 거쳐 종점인 대덕리 마을에 도착한 후 다시 중리 낚시터를 거쳐 미원으로 돌아가는 노선과, 미원을 출발해 중리를 지나 종점인 대덕 마을에 이어 운교 1구를 거쳐 구방리를 들른 뒤 미원으로 나가는 2개의 노선으로 운행되고 있다.

저만치 마을버스가 운교 2구를 돌아 내려온다, 손을 들지 않았는데도 버스는 내 앞에 서며 문을 열고 타기를 기다린다. 한 발을 버스에 올려놓는데 "어서 오세요" 기사님이 인사를 한다, 나 역시 "안녕하세요" 운전기사에게 인사를 하며 카드를 찍는다. 버스는 내가 자리에 완전히 앉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좌석에 앉고 나서야 출발을 한다. 평소에도 우리 마을 마을버스는 승객이 승차한 후 좌석에 완전히 앉아야 만 출발하는듯 한 인상을 받았는데 오늘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마 시골 마을버스에 승객 대부분이 연로하신 어르신들이라서 기사분들이 상당히 신경을 쓰는 듯하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동안에도 기사님은 오르고 내리는 모든 승객들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그런 친절한 모습을 보다 문득 얼마 전에 90을 훌쩍 넘기시고 거동이 좀 불편하신 우리 아랫집 어르신이 하소연하듯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며칠 전 생필품을 구입하러 미원에 갔다가 볼일을 다 보고 마을버스를 타고 귀가하면서 무거운 짐도 있고 몸도 불편해서 당신에 집 앞에서 차를 좀 세워달라고 기사분에게 부탁을 했더니 200여m를 더 가서 세워 주드라며 당신 집 앞에 간이버스 정류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면서 상당히 불편해 하든 모습이 떠올랐다.

유창선 시인
유창선 수필가

오늘도 우리 마을 마을버스에 승객은 날 포함해서 다섯뿐이다. 늘 오늘처럼 거의 텅 빈 채로 운행하는 날이 다반사이지만 오늘처럼 시간에 쫓기고 귀가시 환승을 할 수 없는 경우(배차간격이 현재 환승 가능시간인 한 시간을 초과할 경우)를 생각하면 운행 횟수를 늘리고 배차간격을 줄였으면 좋겠다. 또한 내가 사는 곳 승객 대부분이 연세가 많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대다수임을 감안, 승강장을 더 늘려 불편을 덜어드렸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마을버스 기사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늘 안전 운행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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