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해석 오류 ·진술만 믿고 징계 미루다 2년 뒤 직위해제

청주동부소방서 전경. /중부매일DB
청주동부소방서 전경.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성폭행범으로 법정에 선 소방공무원이 기소 이후에도 1년 간 버젓이 공직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이 성(性) 관련 범죄 등 중대비위를 저지를 경우 사법부 판단 이전에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해당 소방서는 징계 처분을 차일피일 미루다 법정구속 이후 징계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도소방본부 청주동부소방서 소방교 Q(36)씨는 2018년 6월 헤어진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피소됐다. Q씨는 1년 간의 수사 끝에 강제추행·강간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청주지법 형사11부는 지난 6월 Q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징역 5년을 구형한 검찰과 Q씨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법원은 Q씨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될 만큼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지만, 소방조직은 되레 그를 약 2년 동안 직위해제조차 하지 않은 채 공무원 신분을 유지시켰다.

이에 대해 청주동부소방서 A서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여자분(피해자)이 합의하려고 시도하다가 사촌오빠가 개입하고, 과도한 금액을 요구했다"며 "상대측이 진단서를 2주짜리 첨부해서 고소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아니었다면 사건화 되지 않을 수 있는 것 아닐까. 그 사람(Q씨) 인생의 모가지를 쥐고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또한 "직원들도 (내용을) 알고 있다"고 첨언했다.

A서장의 이러한 설명은 피해자 측이 불순한 의도로 접근했다는 취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더욱이 피해 여성 측이 '가해자가 공무원 신분일 경우 수사개시나 공소제기 때 해당 기관에 통보된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지방공무원법 65조의 3(직위해제)을 살펴보면 ①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직이 극히 나쁜 사람 ②파면·해임·강등·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의결이 요구되는 사람 ③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람 ④금품비위·성범죄 등 비위 행위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 비위 정도가 중대하고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에 대해서는 인사권자가 직위해제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Q씨는 2·3·4호에 해당한다. 그러나 청주동부소방서 측은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범죄 혐의가 있다며 기소를 한 사건을 Q씨의 주장만 받아들여, '여성이 불순한 의도로 접근했을 것'이라고 추측한 것이다.

청주동부소방서는 직위해제 최장 기간이 3개월이라고 해석하는 오류도 범했다. 수사와 재판이 1~2년 길어질 것을 예상하고, Q씨를 직위해제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다시 복직시켜야하기 때문에 3개월 간의 직위해제는 실효가 없다고 결론 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는 직위해제 사유가 1호에 해당할 때만 적용된다. 2·3·4호에 해당하는 자는 사법처리 기간을 고려해 직위해제를 무기한으로 할 수 있다.

청주동부소방서의 법률해석 오류로 Q씨는 2년 간 공직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Q씨는 1심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이 된 이후에야 직위해제와 파면 조치를 받았다. 이 기간 피해 여성은 가해자가 버젓이 공직생활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재판을 준비해야만 했다.

청주동부소방서 관계자는 "법에 맞게, 전문가 의견을 다 들어가며 신중하게 판단한 사항"이라며 "직위해제 시점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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