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세상에 왔다가는 사람치고 나만 못한 이는 아무도 없다. 한 세상을 어떻게 살다 갔는지는 그가 떠난 후 그 자리에 남는다고 한다. 그게 흔적이다. 혼자서 외롭고 힘들게 찾아왔노라고 고고의 소리를 낸 것이 기특하다고 갈 때는 많은 이들이 등천을 애석해하며 정성 담은 장송곡으로 환송하니 어찌 훌륭하다하지 않겠는가? 대관절 삶이 무엇이관데.

인총이 많으니 잘난 사람들도 참 많다. 남들이 칭찬하지 않으니 스스로 잘났다고 피(避)할 것 다 버리고 나름대로 자랑거리 창출해 남의 기억 속에 담아주려고 땀 흘려 발품을 판다. 자기홍보시대에 걸 맞는 적절한 처신이리라. 무엇이 그리 중(重)허기에.

천 년 전의 고래희(從心)가 백수(白壽)의 미래희로 이정표를 바꾼 지 십년도 채 안 돼서 천수희(天壽稀)가 모든 이들의 인생역정 귀결점이 되고 있는데, 엊그제 작고하신 백수노파는 천수를 못 다한 아쉬움에 뜬 눈을 차마 못 감더란다. 쌍 갑자(雙甲子)가 뭐기에.

만인지상이나 천하일색, 영웅호걸과 하늘이 낸 재·장사, 무불통지사와 삼천갑자 동방삭, 지상갑부 금강석과 호색한 카사노바도 자충능력 소진으로 호흡 정지되니 태몽은 열어보지도 못한 채 연결고리 잃어 파란불에도 멈출 수밖에.

잘 난 게 아니었나? 척하던 짓 멈추니 서거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조전문 도착이 유족들을 얼마나 황탄하고 애통하게 했을까. 무관한 이들과 함께하기에 그의 사람다움이 얼마나 목불인견이었기에 지상최후의 위대한 결단에 걸맞지 않는 인사말을 전해왔을까. 부처의 눈에도 돼지로 보일 때가 있었나?

본을 보여서 많은 이들이 따르도록 해야 할 자리에 있는 이들한테서 본받을 게 별로 없다며, 배운 사람들이 나쁜 짓은 더 잘한다(識字憂患)고 비난을 해도 할 말을 못 찾는다. 누가 될까 저어하지만 박학다식한 그 입은 천학비재를 농락하는 미사여구의 사기용이었나? 설마 그럴 리가.

잘난 사람은 많이 '든' 사람에 유별 '난' 사람이어서 사람다운 '된' 사람으로 이해됐기에 그분들의 말이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바른 말로 알아듣고 잘 따르면서 마음속 등대불로 믿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속 뒤집는 소식들에 기가 막혀 환심장할 지경이란다. 제발 모든 게 가짜뉴스이길!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가진 게 없이도 역지사지로 내 형편만 못한 이에게 기꺼이 베푸는, 나 하나 희생되어 많은 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희생도 서슴지 않는, 대의(大義)에 함께할 수 있다면 천리 길도 마다 않는, 그런 일꾼들이 잘난 사람의 기본이라는데, 빠진 것은 없는 건가? 거드름 피며 멀어진 사람보다 땀으로 범벅된 작업복의 그을린 얼굴에 믿음이 가는 건 그냥 연민인가, 존경인가.

철도 안 거친 잘난 사람들의 기상천외한 행동거지에 온 땅이 요동치니 미풍에도 잘 속는 못난이들만 속절없이 해장된다는데 하늘은 강 건너 불이다. 된 사람이 존경을 받는 게 마땅하다는데 들지도 나지도 못해 그냥 난 척만 하는 망나니에 휘둘리는 지구의 내일에 걱정만 층층이 겹쳐진다. 거기에 종말이 온다 해도 난세영웅 말고 평정영웅은 없는 건가? 불가해법을 하늘에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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