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친구에게 글의 소재를 고민 중이라 했더니 사회지도층(?)으로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주택임대차 3법에 대해 꼭 이야기해야 한단다. 자신이 소유한 집은 전세를 주어 임대인이면서, 현재 전세를 얻어 사는 임차인이기도 한 친구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임대인으로서 자신의 집은 전세를 적정하게 주었는데 임차인으로서는 개정된 법률보다 전세금을 더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갑질'을 당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사회복지사로서 무조건 법대로 하자고 우기기보다 더 협상할 예정이란다. 직업병이다.

친구의 흥분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세월과 합해 45년의 직장생활 끝에 간신히 집 한 채 마련한 사람으로서 주택임대차 3법의 내용은 사실 크게 와닿지 않았다. 청주가 조정지역이 되어도, 전·월세 상한선이 5%로 정해졌다 해도 그런가 보다 했다. 나와 직접적 관련이 없기도 하지만 전·월세라도 고민할 수 있는 가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것을 알아서 일 것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제대로 된 주거공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사회복지사로서 많이 보아왔다. 경제정책이나 주택정책에 밝지 못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이 옳은 방향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지만 한 가지 명확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주거 빈곤층이 많다는 사실이다. 주거 빈곤층이라 해서 비닐하우스, 쪽방, 컨테이너 등 집이 아닌 곳에서 거주하거나 노숙인 등의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저소득층에게 시행되는 주거정책은 대부분 주거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가구를 발굴하여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단순 공간의 제공은 거주의 질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책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2004년 주택법 개정을 통해 '최저 주거기준'이 도입되었으나 강제성이 없는 현행 제도하에서 실효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어른의 주거환경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동에 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온라인 개학 이후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거나, 교육기기가 없거나, 아이가 앉아 집중할 수 있는 책상도 없는 집이 많아서 지역아동센터 등 아동돌봄 현장은 코로나 상황에도 아이들 온라인 수업 지원을 위한 긴급돌봄을 실시하고 있다.

어른과 달리 아동은 발달단계에 있다는 점에서 주거권이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 적절치 못한 주거환경 경험은 아동기는 물론 전 생애에 걸쳐 부정적 발달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는 많이 발표되어 있다. 좋지 않은 환경이란 아동이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거나(6세는 부모와 분리) 특히, 성별이 다른 경우 분리 공간을 가지지 못한 집(8세 이상 이성 자녀 간 분리), 좁은 면적에 식구가 많아 학업 공간을 만들지 못하는 집, 냉난방, 채광, 환기 시설이 없는 집 등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토교통부는 2019년 아동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아동 주거지원 강화대책'을 발표한 바 있으며, 서울시는 지난 7월 '서울특별시 아동 주거 빈곤 해소를 위한 지원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주택공급 사업 및 주택개량 지원, 임대료·임대보증금 등 주거비 지원, 아동 주거 빈곤 가구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최저 주거기준 미달 아동 가구의 발굴 및 지원, 보호종료아동 주거지원, 위기상황에 있는 아동 가구를 위한 긴급 또는 대안적 주거 지원, 주거복지 종사자 및 대상자에 대한 주거복지 교육훈련 사업 등이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임대인, 임차인의 권리 옹호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기대한다면 너무 이상적일까. 선거권 등을 이유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동이 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앞으로 만들어 갈 주거 정책은 아동이 먼저이길 바란다. 아동주거빈곤 가구의 문제 해결은 가족의 삶의 질 모두를 향상하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그 이유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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