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아침 산행
가을날 아침 산행
  • 중부매일
  • 승인 2020.10.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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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유창선 수필가

여섯 시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한참을 뒤척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창문을 연다. 날씨가 차다, 요즈음은 기온이 뚝떨어져 조석으로 날씨가 완전히 남남이다.

자욱한 안갯속에 부지런한 산새들의 먹이 사냥이 한창이고, 농부들의 농기계 모는 소리와 온 들녘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며 가을 익어가는 소리가 가득하다. 앞산 허리 감싸 안은 실안개 속에도 가을 그림자가 가득 녹아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게을러지려는 몸과 마음을 다 잡고, 배낭을 둘러멘 후 집을 나섰다, 귀촌 후로 줄곳 매일 아침하는 뒷산 산행이지만, 늘 마음이 게으르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산새들 노랫소리 정겹고, 점차 울굿 불굿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노라니, 집을 나설 때 불편하던 마음이 싹 사라지고 오늘 아침도 산행길에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산 초입부터 숨이 차오른다, 숲이 우거진 산속은 평지보다 산소밀도가 높아 건강한 사람들도 숨이 차는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숲 속에서 적응하는 시간은 보통 5~30분 가량이고, 길게는 2시간 이상도 걸린다는 어느 전문 산악인이 들려준 이야기가 산을 오를 때마다 생각이 나곤 한다.

가쁜 숨 몰아쉬며 산을 오르노라니, 길섶에 여름내 까칠하던 밤송이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앞가슴 반쯤 열고는 여기저기 누워있고, 도토리가 지천으로 떨어져 있다. 밤 한 톨 주어 깨어물고 다시 오르는데 고라니란 녀석이 저 잡을 게 아니건만 내 발자국 소리에 지레 놀랐는지 화들짝 달아난다. 한참을 더 오르다 보니 잣송이가 여기저기 떨어져 나뒹군다. 하산하는 길에 배낭에 담아 가겠다는 생각으로 한 곳에 주어 모아놓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늘의 목적지 정상이 눈앞에 보인다, 가뿐 숨 몰아쉬며 정상에 올라서 보니, 발아래 끝없이 펼쳐진 운해가 날 반긴다, 장관이다. 운해 사이로 펼쳐진 높고 낮은 산봉우리와 그 사이를 비행하는 철새들에 모습이 그야말로 비경이다. 한참 넋을 잃고 바라보다 홀로 보기 아까워 친구와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보내줄 생각으로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촬영했다.

한참을 머물다 하산하는 길, 오를 때 주어 모아 둔 잣송이를 배낭에 담는데, 바로 코앞에 다람쥐 두 마리가 둥그런 눈망울을 똘망이며, 날 빤히 바라보고 있다. 마치 자신들의 식량을 왜 가져가느냐는 듯한 모습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니 갑자기 미안 한 생각이 들어 배낭속 잣송이를 슬며시 꺼내어 놓았다.

하산하며 버섯을 따서 찌개를 끓여 볼 생각으로 이리저리 숲 속을 살펴보지만 식용 버섯은 보이지 않고 독버섯만 눈에 띈다. 올해는 버섯이 흉년이라더니 올여름 유난히 길었든 장마와 버섯이 한참 날시기에 가뭄이 더해저서 그런가 보다. 허긴 어디 버섯뿐인가, 올 가을은 산속에 모든 열매들이 흉년인 것 같다. 새삼 잣송이를 남겨두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유창선 시인
유창선 수필가

산행 후 나뭇잎 곱게 물들어 가는 아름다운 가을엔 우리들 가슴도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들어가길 바라며 친구들에게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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