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금성면∼연금리조트 도로공사 구간 258그루 잘라

수령이 37년 된 왕벚나무가 밑둥 만 남긴채 싹뚝 잘렸다/서병철
수령이 37년 된 왕벚나무가 밑둥 만 남긴채 싹뚝 잘렸다/서병철

[중부매일 서병철 기자] 충북도가 금성면에서 연금리조트 구간에 대한 도로선형개량공사를 시행하면서 제천시와의 협의를 통해 수십년 된 왕벚나무 수백그루를 마구 자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에 제천시는 부랴부랴 일부 왕벚나무를 이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257그루가 잘려 나갔으며 앞으로 168그루를 이식한다 해도 결국 이 구간의 벚꽃길은 반토막이 되고 만다.

31일 시에 따르면 1983년 금성면∼연금리조트까지 6.3Km구간에 742주의 왕벚나무를 심어 올해로 수령이 37년이 됐다.

충북도는 이 구간(국지도 82호선)의 도로선형개량공사를 시행하면서 742그루 중 425그루를 제거할 계획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금성·청풍면 주민들이 반발하자 168그루는 자르지 못하고 있다.

청풍면민 A씨는"20여 년 이상 벚꽃축제를 하며 매년 축제 만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며 안일한 탁상행정을 비난했다.

또 다른 면민도 "10년도 안된 어린나무 밑동까지 무자비하게 다 베어버렸는데, 공무원들이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시는 지난 30일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부하고 '설명회 및 전문가 자문 등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제거 대상인 왕벚나무 가로수 일부를 다른 장소로 재이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83년께 심은 왕벚나무가 노령목으로, 기대 수명인 50년에 가까워 고사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바람에 새로 식재해야 할 적정한 시기라고 해명했다.

전문가 및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제천시 도시림 등의 조성·관리 심의위원회에 상정한 결과 가로수를 새로 심는 것으로 최종 의결됐다.

수목진단을 위해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의 자문을 의뢰한 결과 현재 왕벚나무 가로수는 노령목으로 자라나는 여건이 불량하고 그 기세가 약해진 상태라는 통보도 받았다.

현장여건 상 통신선 매립과 토질불량(자갈)과 나무 특성상 가지치기와 뿌리돌림으로 발생하는 상처의 유합이 어려워 이식 후 생존 확률이 매우 낮아 대부분 고사할 것이라는 진단도 내렸다.

왕벚나무 이식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며, 이식 시 뿌리가 뻗어 있는 기존 도로 훼손이 불가피해 공사기간 중 통행이 어려워진다는 점도 이식보다는 제거가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시 관계자는 "심사숙고 끝에 비록 경제성과 효율성은 부족하지만, 시민정서를 고려하여 남은 가로수는 재이식하기로 결정하고 공사 시행청인 충북도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자르기로 계획됐던 168그루를 이식을 통해 보존하다 공사가 끝나는 2024년께 재이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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