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조순희 수필가

오늘도 수고한 모든 이에게 따스한 위로를 하듯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다. 저 황홀하게 지는 노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이 시간, 내 나이 어느새 칠십 고개를 넘었다. 인생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긴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나이다.

수필은 경험에서 얻은 사색과 철학이 깃들고 서정성이 있어야하며, 색다른 소재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말처럼 그렇게 쉽진 않았다. 여기서 멈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고 망설이기를 수없이 했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 고뇌의 시간으로 밤을 지새웠다.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내가 돌아 가보지 못한 문학의 모퉁이에 대한 미련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었다.

글을 쓰면서 부족한 지식으로 어려움에 부딪칠 때는 좌절하기도 했지만 용기를 얻어 일어설 수 있었다. 바쁘다고 피곤하다고 늘 핑계만 대고 노력하지 않고 어찌 좋은 글을 쓰겠는가. 어느새 세월이 지나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힘들었던 과정들을 생각해보니 문학은 황혼에 나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문학은 첫사랑처럼 풋풋한 떨림에서 점차 익어가는 연정이고 사랑과 애증이었다. 인간애로 승화되는 박애적인 사랑과 모든 감정을 담고 있는 거대한 산과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기심과 열정으로 시작한 문학수업. 항상 글을 써야한다는 중압감이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그럴 때 나는 산을 찾게 되었다.

산은 말이 없다. 무수한 감정을 쏟아 부어도 묵묵히 들어주고 안아준다. 그런가 하면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릿속을 비우고 싶을 때 산으로 향 한다. 문학은 나에게 산과 같다. 힘들 때 언제든지 찾아가고 싶고 쏟아내고 위로받고 싶을 때 다시 채워주는 마음의 고향이다.

고요한 아침 산에서 듣는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는 나를 정화시켜준다. 산과 숲에서 자연과 호흡하며 자연을 닮아간다. 산에 오르면 산고수장(山高水長)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사람이라면 덕행이 산처럼 높고, 깊은 계곡에서부터 흐르는 길고긴 물줄기 같이 살아가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인간답게는 살아야지 하며 반성을 한다.

문학은 나의 정신건강이다. 찌들었던 마음을 순화시켜 주고 다시 용기를 주는 다정한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한다.

조순희 수필가<br>
조순희 수필가

노년에 와서 맞게 되는 시간들이 선물처럼 느껴진다. 문학은 상처받은 나를 달래주며 그리워하고 반성하게도 한다. 글을 쓰기위해 틈틈이 책을 읽는 시간도 내겐 더없이 고맙다. 사물을 좀 더 깊게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을 갖게 되었다. 하루를 살더라도 좋은 작품을 쓰고 건강한 노후를 행복하게 살기위해 사유하고 고뇌하면서 책상 앞에 앉는다.

이십 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에야 문학은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원동력임을 알았다. 창작의 고통 속에서 얻은 문학은 인생의 소중한 선물임을 알게 되었다. 내 삶이 다할 때까지 삶을 반추하고 가치 있게 비춰주며 겸손하게 해주는 문학은 나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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