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얼마전 제자와 모임을 같이하는 화 사랑회가 있다. 이 모임은 제천 시내 모 중학교 운영위원장이었거나 운영위원 그리고 당해 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재직했던 분들로 구성된 뜻있는 모임이다. 나는 그 당시 모 중학교 교장선생님이라는 행운(?) 덕분에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오면서 건전한 아이템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교육을 돕는 교육의 동반자로 성장해 왔다. 구성원들간의 애경사는 물론 해외 문화 탐방도 있었다.

하지만 본 회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역시 학생교육의 동반자였다. 시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지성과 인성을 겸한 학생을 당해 학교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추천받아 전체회의에서 심도있게 논의한 후 상반기 2명, 후반기 2명에게 소정의 장학금을 학교를 방문하여 임원진이 직접 수여하게 된다. 바로 예정된 그날 지정고등학교에 중학교 때 가르친 제자와 같이 가게 되었다.

교장실에서 잠깐의 대화를 나누던 중 제자가 "교장선생님, 이제 수능이 얼마남지 않았지요? 걱정이 많이 되시겠습니다. 제 둘째 아이도 올해 수능시험을 봅니다"라고 말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듣고 계시던 교장선생님도 "예,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시험을 잘 봐야 할 텐데요, 학교에서도 시험장 준비며 특히 코로나 19로 인한 방역에 어느 때보다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일정을 마치고 나오면서 제자는 다시 입을 연다. "선생님, 온 집안이 수능 수험생입니다"하며 말끝을 흐린다. "그래, 잘 하겠지만 며칠 남지 않았으니 더 신경써서 해줘, 온 집안이 수험생(?)이라는 말, 이해되지, 그간 열심히 했으니 잘 보겠지, 뭐, 나도 기도할게"라며 나 역시 말끝을 흐리고 만다.

그런데 웬지 나도 모르게 가슴이 저미어 온다. 참으로 올해 수능시험은 코로나 19로 인해 전례 없이 12월 3일에 치르게 되었다. 이날을 위해서 우리자녀들은 얼마나 가슴을 조이며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 왔는가 말이다. 하루 하루 그날이 다가올 때마다 수험생들의 마음속은 새까맣게 타들어만 간다. 수험생을 둔 가정은 온 식구가 수험생인지도 모른다. 행여나 수험생인 자녀가 조금이라도 불편할까봐 노심초사 걱정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능 모의고사때면 함께 조바심을 내며 안절부절했고 행여나 자녀의 얼굴빛이 그리 밝지 못하면 부모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불안스러워 했다. 혹시 시험점수가 기대보다 덜 나와서 그런가 아니면 어디가 불편스러운가 하며 온갖 근심거리가 뇌리에서 사뭇 사라지지 않곤했다.

이제 수능이 눈앞에 다가오니 수험생이 챙겨야 할 사항들도 많다. 학교마다 담임선생님들을 통하여 수없이 주의사항이 전달된다. 수험생들은 남은 날들을 진지하게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각자의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시간이다.

한편 전에 보면 시험장 교문앞에서 후배들이 일찍 나와 따뜻한 커피와 음료로 또는 다양한 격려문으로 선배들의 발걸음을 응원해 주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흐믓했다. 그도 그럴것이 12년 넘는 배움의 시절이 단 하루 만에 평가받는 그 잔인한 날(?)을 조금이나마 유쾌하게 맞이하라는 격려인지도 모른다. 어디 그뿐이랴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자녀가 시험을 보는 학교 문 앞에서 기도를 올린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다시금 생각해본다. 무엇보다도 우리수험생 자녀들은 생각지 못한 코로나 19 환경속에서도 수능을 준비하기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고,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었겠지만 우리 수험생들은 훌륭히 감내하고 결실을 목전에 두고 있다. 모쪼록 우리 수험생들이 두려움을 넘어서 진정한 용기와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주기리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아울러 애써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과 어려운 가운데서도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들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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