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얼굴 본지가 몇 년인지 헤아리기도 힘든 이종사촌으로부터 모바일 청첩장이 날아왔다.

예전처럼 우편으로 받기를 바란다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하겠지만 적어도 집안끼리는 통화라도 하고 청첩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며칠 전 인도에서 파란색 방호복을 입은 한 커플이 코로나19 격리시설 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기사를 보았다. 신부가 결혼식 몇 시간 전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시설에 격리되자 이렇게 결혼식을 치른 것이다. 파란색 방호복을 입고 얼굴에 페이스 실드를 쓴 남녀가 서로를 마주 보고 서서 장갑을 낀 손으로 서로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는 사진이 화제가 된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안타까운 사연은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몇 달 전에 결혼식을 올린 지인은 예식을 이틀 앞두고 신랑 직장 동료의 코로나 확진에 새신랑이 격리되는 일이 있었다.

검사 결과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미처 소식을 접하지 못한 하객들은 주인공 없는 결혼식장에서 황당해했고 화상으로 거행되는 결혼식을 화면으로 지켜보아야 했다. 당사자인 신랑 신부의 마음고생이 짐작이 돼 안타까웠던 결혼식이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1월에는 시댁 조카딸이 코로나로부터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야외 결혼식을 올렸다. 요즘은 결혼식장에 가면 민망할 정도로 하객들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밀폐된 공간보다는 부담감이 덜 했는지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나라 결혼식은 보통 차분한 분위기에서 격식을 갖추어 올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편인데, 최근 신세대 결혼 커플 사이에선 이런 틀에서 벗어나 조금 더 편안하고 특별한 분위기의 결혼식을 선호한다. 검은 머리가 흰 파뿌리가 되도록 잘 살라는 주례사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고 고정관념을 깬 두 사람만의 특별한 이벤트를 추가해서 결혼식을 준비한다.

한 번뿐인 순간을 특별하게 보내고자 준비한 신랑 신부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결혼식이 요즘은 그래서 볼만하다.

야외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안쓰러웠던 것은 얇은 웨딩드레스 하나로 차가운 겨울바람을 견뎌야 했던 신부가 추위에 떠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코로나가 생기기 몇 해 전에 청주 향교에서 보았던 전통혼례가 생각났다.

내 아이에게도 권하고 싶게 인상적이었던 전통혼례식. 그곳에서 신부가 입었던 넉넉한 전통혼례복이었다면 이 추위에 좀 더 따뜻하게 챙겨 입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결혼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졌다. 봄이나 가을에 몰려오던 청첩장이 이제는 계절과 무관하게 날아들었고 겉치레보다는 실속 있는 구성으로 소규모 웨딩이 각광을 받으며 식사 대신 답례품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혼은 누구나 하는 것이고,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이 사회의 통념이지만 암울한 취업난과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현실에서 젊은이들이 쉽게 포기하는 것이 결혼과 출산이다.

김순덕 수필가
김순덕 수필가

그런 가운데 하겠다는 결혼도 코로나의 확산과 만만찮은 비용으로 미뤄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럴 때 각 지역에 있는 향교에서 지자체와 협력하여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비용과 장소 제공으로 적극 이 역할을 대신해 준다면 어떨까 싶었다.

유교문화 위에서 설립되고 운영된 교육기관이었던 향교가 전통혼례식을 통해 무너지는 전통과 예절을 살리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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