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민정 수필가

연말이 되었지만, 분위기는 연말을 느낄 수 없다.

코로나19 방역단계가 격상되고 있지만, 하루 1천여 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니 거리는 한산하고 교회마다 설치해놓은 크리스마스트리가 왠지 쓸쓸하게만 느껴진다. 모든 모임이 취소되고 식당에 가는 것조차 불편한 일상이 되고 보니 삶의 맛을 잃은 지 오래다. 삶에 젖어 있는 건 사람뿐이 아니다, 아침부터 젖어 있던 하늘에서 하얀 눈이 점묘화로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새하얀 점들이 모이고 모여 대지 위에 풍경화를 그린다.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건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 때문인 것 같다.

첫눈이 내리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며 지친 마음을 스스로 달래보고 싶었다. 트리에서 반짝이는 따뜻한 빛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위로가 될 것만 같았다.

크리스마스트리의 기원은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루터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숲속을 산책하던 중 평소 어둡던 숲이 전등을 켜 놓은 것처럼 빛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눈이 쌓인 전나무 숲 사이로 영롱한 달빛이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도 저 전나무와 같다. 인간은 초라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빛을 받으면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 루터는 이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설명하려고 전나무 한그루를 집으로 가져와 눈 모양의 솜과 빛을 발하는 꼬마전구와 촛불을 장식했다고 한다.

창고에서 빛을 보러 2년 만에 외출한 인조 전나무와 장식물은 여전히 상태가 양호했다. 별, 종, 선물상자, 반짝이모루, 지팡이 소품을 만지다 보니 성탄 전야제를 맞이한 것처럼 설렜다.

첫 번째로 종을 달았다. 여러 개의 노란 종에서 맑고 깨끗한 종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빨간 촛불 장식도 전나무 사이사이에 걸었다. 촛불은 기다림이다. 성탄절의 기다림도 있지만, 코로나19가 어서 종식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녹여 빛을 내는 촛불처럼 코로나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려는 의료진의 희생은 붉다 못해 검게 타들어 가고 있다. 병상을 지키는 의료진들이 과중한 업무로 병원을 떠나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빨간 바탕에 금띠를 두른 지팡이도 잘 보이도록 걸어본다. 지팡이의 모양은 예수(Jesus)의 첫 글자 J로써 목자를 상징한다. 볼품없는 막대기라도 모세가 들면 기적의 지팡이가 되듯이 이 아픈 시기에 갈 곳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기적을 일으키는 평화의 메시아가 하루속히 찾아오길 염원한다.

반짝이는 금빛과 은빛의 긴 모루는 거미줄을 의미한다. 요셉과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해하려는 헤롯왕을 피해 동굴 속으로 숨자 어디선가 거미가 나타나 동굴 입구에 거미줄을 쳐 헤롯의 군사들이 그냥 돌아갔다. 위기의 순간에 찾아와 도와주는 거미처럼 가장 절실할 때 찾아와주는 사람이라면 그는 분명 신이 보낸 사람일 것이다.

상록수의 영원함과 성삼위를 상징하는 전나무 꼭대기에 길을 인도하는 황금빛별을 달았다. 이 별은 힘겹게 달려온 한해의 결정체이며 새해에 희망의 길로 인도하는 빛 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별이 빛나고 있는 한 어둠은 물러날 것이다.

김민정 수필가
김민정 수필가

끝으로 촘촘히 엮은 작은 전구에 점등하자 집안이 빛으로 가득 찼다. 소품 하나하나에 축복과 희망의 의미가 깃든 트리를 바라보며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종교를 떠나서 집집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난로가 되어 축복과 구원의 기쁨이 모든 이에게 임하는 연말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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