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보단 라인… 지휘관 눈치만 살핀다
보직 꿰차면 승진 절반 성공… 일 안해도 근평 보장

충북지방경찰청 전경 /중부매일DB
충북지방경찰청 전경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최근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찰 조직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충북경찰청은 '연공서열'이라는 조직문화를 버리지 못한 채 구태의연한 인사시스템에 발목이 잡혀 있다. 능력중심의 인사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이에 중부매일은 2회에 걸쳐 매년 반복되는 충북청의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점검한다. /편집자

'정해진 근무 평정, 일하지 않는 경찰'. 충북경찰청의 비효율적인 인사 시스템을 내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능력중심이 아닌 연공서열만을 고집하는 판에 박힌 인사가 반복되다보니 조직 내에서 불만과 불신이 쌓이고 있다.

경찰 승진은 근속·특별·심사·시험으로 가능하다. 이 중 심사 및 시험 승진을 위해서는 높은 근무성적이 필수다. 특히 심사 승진의 경우 가장 높은 근무성적인 '수'를 계속 받아야 한다. 3년 안에 한 번이라도 '우' 이하(양·가)를 받으면 심사승진임용 예정 인원(2배수)에 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승진을 노리는 대상자들이 자신의 온전한 능력만으로 3년 내리 '수'를 받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이렇다보니 승진 대사자들은 '수'만 받을 수 있는 보직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근무성적 평정권자인 지휘관(청장, 부장, 기능 과장, 서장)은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에 따라 20%에게만 '수'를 줄 수 있다.

충북경찰청 및 일선 경찰서 계장급 자리가 각 부서 당 3~5자리인 것을 감안하면, '수'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그친다. 이는 평정권을 가진 지휘관 대부분이 부서 내 승진 대상자에게 '수'를 줄 수밖에 없는 비효율적인 인사시스템 결여와 연결된다.

사실상 승진 대상자를 최소 3년 간 밀어주는 연공서열식 인사문화가 방치되다보니 보직만 꿰차면 '절반은 성공'이라는 그릇된 인사문화가 고착화된 지 오래다. 실제 경찰조직 내에서는 승진보다 3년 간 안정적으로 눌러앉을 수 있는 보직 차지 경쟁이 더 심각하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충북경찰청 인사관리규칙에 따르면 동일 경찰서에서 4년 이상 근속한 경정 또는 6년 이상 근속한 경감은 소속 외 경찰서로 전보해야 한다. 주요 보직을 차지한 승진 대상자는 전보 등의 인사권을 가진 지휘관(청장, 서장)의 '눈 밖'에만 나지 않는다면 최소 3년은 '수'를 보장받을 수 있다.

충북경찰청과 청주권 3개 경찰서(흥덕·상당·청원)의 경정·경감 승진 연도 및 부서 근무 기간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연공서열과 승진 기대연도에 따라 부서를 발령받았다.

충북경찰청의 경우 근무평정 기간까지 고려한 세심한 인사가 이뤄졌고, 경감급에는 5년 이상 같은 보직에 근무하는 인사도 다수 확인됐다. 청주권 경찰서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계장급 경감들의 보직 장기 체류가 비일비재하다.

다만 청주상당경찰서는 경감의 부서 근무 일수가 2년이 넘는 직원은 단 1명(퇴직 예정자)에 불과했다. 이 경찰서는 2년 전 조직 활성화와 인사 문제로 인한 잡음을 줄이기 위해 일괄 순환보직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승진 대상자들이 주요 보직에 들어갈 경우 무조건 '수'를 받는다는 사실에, 성과를 내기보다는 평정권자의 눈치만 살피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평정권자 역시 인사는 고유권한이라는 점을 들어 업무능력을 따지기 보다는 연공서열에 따른 온정주의로 흐르는 경우가 있다.

경찰서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수'가 보장된 계장들이 '수'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보다는 업무와 전혀 무관한 엉뚱한 일에 매달리는 경우를 보면 화가 치민다"며 "능력 있는 직원보다 줄 잘 서는 직원이 승진하는 문화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도 "일부 인사는 승진을 위해 인사권이 있는 경찰서장 등 지휘관에게만 충성하고 있다"며 "내년 경찰조직 개편과 함께 이러한 문화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적폐"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인사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원칙과 기준에 따라 공정성을 높이고, 직원의 사기와 능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합리적으로 인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인사 규칙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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