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봄비와 함께 맞은 3월. 그 첫 출근길에 마음이 무겁다. 3일 연휴였는데, 뚜렷한 일없이 보낸 것 때문이다. 토요일 주말 산행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애초 두 개 산 목표 중 하나만 마치고 포기했다. 일요일은 주일예배 후 손자들 보러 서울 갔다가 차가 고장 나, 신경이 쓰여 손자들과 별로 놀아주지 못하고 차를 맡겨 놓은 채 버스로 돌아왔다. 월요일 삼일절은 골프 약속이 비 때문에 취소되어 종일 시간이 많았는데, 책 한 페이지, 글 한 줄 쓰지 못했다. TV 배구중계와 넷플릭스 영화 두 편 보는 것으로 다 보냈다. 그러니 출근하면서 머리가 무거울 수밖에. 페이스북에는 산수유, 홍매화, 청매화 사진이 올라와 봄소식을 전하는데, 할 일 많은 시대에 허비한 며칠이 후회된다. 지난 시절 계획 없이 게으르게 살아온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는 것 같다. 거기에 더해 새벽예배에 나갔더니, 설교자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발레리의 말로 나를 책(責)한다.

괴롭다. 욕심부리지 말고,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만 하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지만, 아까운 시간을 너무 낭비했다는 생각이다. 봄이 왔다고 모두 희망과 꿈에 들떠 있고, 지난 주 CBS라디오 방송에 나가 그런 취지의 청소년선도 캠페인도 녹음했다. 그런데 이 정도밖에 안 되나? 내가 허비한 하루는 누군가 그렇게 애타게 살고 싶어 하던 하루가 아닌가? 무거운 마음으로 걸어서 출근하기로 했다. 4km 남짓, 50분 정도 걸었다. 걸으면서 30대 때부터 가장 많이 듣고 읽고 했던 서울 남포교회 박영선 목사님의 설교를 오랜만에 들었다. 늘 그렇듯이, 대단히 조직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실천을 강조하는 설교다. 하나님 뜻대로 늘 살 수 없다. 원래 사람이 그렇다. 그렇다고 좌절하지 말라. 다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성령님께 의지하여 예수 믿는 사람답게 살라. 어제 잘못했다고 후회만 하면서 오늘도 변함없이 살면 영영 지는 거다. 오늘 잘해라. 중요한 것은 오늘이다. 어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다... 다소 위안이 된다. 할 수 없잖아, 지나간 어제. 이제부터 잘하는 거야.

2월을 허투루 보낸 것만도 아니다. 설 명절과 법원 인사이동으로 거의 3주 가까이 재판은 없었지만, 사무실을 지키며 자문회사와 기관 · 단체의 자문과 내방객과의 상담, 각종 회의 참석 등으로 바빴다. 형사사건을 여러 개 무죄판결이나 결정 받았다.'유재풍 변호사의 법률이야기'라는 유튜브(Youtube) 방송도 시작했다. 그동안 라이온스클럽이나, 키비탄 클럽, YMCA 등 봉사단체 일원으로서 나름의 봉사에 참여했지만, 법률가로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40~50대에 13년간 KBS에서 '시사토론'이라는 TVV프로를 진행했고, 24년간 변호사업무를 해온 경험을 바탕삼은 것이다. 혼자서는 못할 일인데, 외우(畏友) 최경수 전 청주 KBS 편성국장이 도왔다. 오래전부터 서로 재능기부 해보자고 했지만, 주저하고 있었다. 1월 말 어느 오후, 그가 카메라를 세 대 가져와 무조건 내 방에 설치했다. 엉겁결에 원고도 없이 즉석에서 세 편을 찍어 2월 시작과 함께 올렸다. 그의 재촉이 없었으면 계속 미루고 있었을 거다. 인생이 그렇다. 어떤 부모, 스승, 친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친구가 정말 고맙다. 오늘 3월 시작과 함께 다시 세 편을 올렸다. 아직 구독자가 많지는 않지만, 점차 내용물이 많아지면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현재에 살아야 한다. 지난 일 가지고 회한에만 젖어 살 수 없다. 중요한 건, 과거의 잘못을 고쳐 지금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3월에 할 일은 바로 그거다.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것. "삶은 오직 현재에만 있고, 현재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톨스토이의 말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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