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조영의 수필가

웃을 일이 없다. 목젖이 드러나도록 호탕하게 웃어본 적이 언제인가 싶다. 웃지 않고 살다 보니 웃음조차 생소한 것은 나만 일까.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만남의 폭이 좁아지니 같이 웃어줄 사람이 없다. 웃음도 함께 웃어 줘야 즐겁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모 방송국에서는 개그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소제가 신선하지 못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여 시청률 하락이 원인이라고 한다. 유머는 흐른다는 또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상대가 웃길 때 반응하는 것도 유머에 속한다. 때로는 반응 없는 싸늘한 소제도 있었지만 지친 하루를 쉬면서 소리 내어 웃던 소박한 행복은 사라졌다.

고 개그맨 김형곤은 '웃음의 날'을 제정하자고 한 적 있다. '웃음의 날'에는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이 있는 사람에게 꽃이나 책을 선물하면서 화해하고 웃어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일회성 캠페인으로 끝났다. 당시만 해도 '웃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여 관심두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파생된 '코로나 블루'에 이어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이란 말까지 나오는 지금, 웃음의 날을 다시 제정하자고 하면 반응이 어떨까.

웃음은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면역력이 증진되고 우울감이 감소한다. 폐활량도 좋아지고 소화기능도 향상된다고 한다.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고 하니 억지로라도 웃어야 할 것 같다.

요즘 별안간 눈이 나빠진 것을 느낀다. 컴퓨터에서 작업할 때 글자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노안이라 생각하며 견디는데 서류나 원고를 받는 상대에게 잦은 실수는 단점으로 굳어진다. 최근 일이다. '제목 붙이기'란 주제로 수업을 준비했다. 정기간행물 중 글 제목을 임의로 뽑아서 제목만 보고 읽고 싶은 것을 꼽으라고 했다. 의견은 분분했다. '술숲' 때문이었다. 의아하고 궁금하다는 것이다. 술숲?이란 말에 아뜩했다. '솔숲'이라고 썼다고 생각했는데 활자는 '술숲'으로 되어 있었다. 내 실수로 술숲으로 변한 글이 으뜸으로 뽑혔다.

조영의 수필가
조영의 수필가

하나는 작품을 보내고서 확인되었다. '長毋相忘(장무망상)'이 '長母相忘(장모망상)'으로 한자표기를 잘못해놓아서 뽑힌 글은 '毋'를 '母'로 읽고 소개했다. 반복된 실수에도 한자 공부를 해서 좋았다며 웃음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실수를 덮어준 웃음 이모티콘이 고마우면서도 무게를 느꼈다. 뒤센미소는, 진짜 기쁨과 행복으로부터 나타나는 웃음을 말한다. 같은 웃음이라도 의미를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그래도 실수 덕분에 좋은 글 하나는 얻었다. '長毋相忘'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보다 의미 있는 글이 있을까. 잊지 말고 서로 기억하기를, 이모티콘 답으로 보낸 '長毋相忘'이 母로 보내지 않았을까 불안하다. 그래도 실수가 진심이란 것을 이해하는 그에게 웃음을 드렸으니 다행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