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도의원 주도 '생활임금 조례' 통과
법제처, 지방재정법·지방계약법 등 위반

충북도의회 전경 사진. / 충북도의회 제공
충북도의회 전경 사진. / 충북도의회 제공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충북도의회가 위법성 여지가 있는 '생활임금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상위법 위반 조례를 제정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도의회는 20일 열린 임시회(392회) 본회의에서 산업경제위원회에서 부의한 '충북도 생활임금 조례안'을 원안 의결했다.

지역 노동단체에서 주민발의로 제정을 청구한 생활임금 조례의 적용 대상은 ▷도와 산하 투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 ▷사무를 위탁받거나 공사·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 및 업체 소속 근로자 ▷공사·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 및 업체의 하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다.

그러나 이 조례안은 도지사 고유권한과 국가사무 침해를 비롯해 '지방재정법' '지방계약법'을 위반한다는 유권 해석이 있다.

법제처는 도에서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생활임금 조례로 결정하는 방식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인 도지사의 고유권한을 침해한다고 해석한다.

또 임금은 국가에서 최저임금법을 적용해 산정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이 같은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한다.

생활임금을 적용하고 대상을 발굴·확대하는 것도 상위법령 위임과 특별한 규정이 없어 자치사무로 인정할 수 없다고도 못 박는다.

도와 위탁·공사·용역계약을 한 기관 또는 민간업체에 소속된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하면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져 지방재정법을 위반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도와 계약 당사자인 민간업체에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는 계약상대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특약이나 조건을 제시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지방계약법 위배라고 한다.

하지만 도의회는 법률 위반 소지뿐만 아니라 도민 세금 낭비 요인이 있는 생활임금 조례를 그대로 통과시켰다.

애초 이 조례는 본회의에 앞서 해당 상임위원회인 산업경제위원회 심의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했으나 전체 위원 6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 5명이 주도해 원안과 별 차이 없이 적용 대상만 일부 축소·가결했다.

민주당 의원이 다수 포진한 산업경제위 위원들은 집행부에서 상위법 위반을 누차 보고받아 문제점도 인식하고 있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 전체 32석 중 27석을 자치한 민주당에 밀려 본회의 최종 의결과정에서 말 한마디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법률 위반 조례가 계속해서 제정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도의회가 선례를 남겨 법에 저촉되는 '떼법' 제정을 요구해도 형평성 차원에서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도는 생활임금 조례를 다시 심의해 달라고 요청하는 '재의요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법률 위반이라는 내용을 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다"며 "재의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해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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