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거' 표기 논란 커지자 주요 이력 삭제
알 권리 외면 비난에 기록관측 "포털서 검색해 봐라" 배짱

대통령기록관의 메인전시인 대통령상징관에 제1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11명에 대한 대통령상징물이 세워져있다. 최근 故전두환씨 사망 정보 추가과정에서 논란을 빚자 대통령상징물을 리모델링해 10여개 프로필을 없앴다. 지금은 이름, 출생년도, 사망년도, 재임기간만 적혀있다. / 김미정
대통령기록관의 메인전시인 대통령상징관에 제1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11명에 대한 대통령상징물이 세워져있다. 최근 故전두환씨 사망 정보 추가과정에서 논란을 빚자 최근 대통령상징물을 리모델링해 10여개 프로필을 없앴다. 지금은 이름, 출생년도, 사망년도, 재임기간만 적혀있다.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이 제1~18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주요 프로필 정보를 전시관에서 모두 없애버려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23일 사망한 故 전두환씨의 프로필에 사망 정보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전직 대통령에게 통상 붙이는 '서거' 표기를 검토했다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최근 대통령상징물 리모델링작업을 추진해 전직 대통령 11명 전체에 대한 프로필 정보를 아예 삭제해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관람객들은 전직 대통령들 주요 이력 정보가 없는 '불친절한' 전시관이 됐다고 쓴소리를 하고 있다. 대통령기록관측은 "대통령 프로필 정보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서 보라"며 배짱행정을 펴고 있다.

대통령기록관 메인전시인 대통령상징관에 제1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대통령상징물이 세워져있다. / 김미정
대통령기록관 메인전시인 대통령상징관에 제1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대통령상징물이 세워져있다. / 김미정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내 위치한 대통령기록관은 1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11명에 대한 총 3천127만623건의 기록물을 전시·보관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관이다.

메인전시인 대통령상징관에는 전직 대통령 11명의 얼굴을 각 대통령의 연설문 키워드로 형상화한 대통령상징물이 세워져있다. 이 상징물 하단에는 당초 출생년도, 재임기간, 서명 외에 출생지, 출신학교, 주요 이력 등 10여개 프로필이 적혀있었는데 리모델링 이후 10여개 프로필이 모두 없어졌다. 지금은 이름, 재임기간, 생년월일, 사망일자, 서명만 명시돼있다.

전두환씨의 경우 ▷1931.1.18~2021.11.23 ▷제11대 대통령 1980.9~1981.2 ▷제12대 대통령 1981.2~1988.2 등 3줄만 적혀있다.

특히 학생 관람객이 20%대를 차지하는 등 교육의 장이라는 점에서 객관적이고 충분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종시 어진동 세종정부청사 내 대통령기록관 전경. / 김미정
세종시 어진동 세종정부청사 내 대통령기록관 전경.  대통령기록관은 1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11명에 대한 총 3천127만623건의 기록물을 전시·보관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관이다./ 김미정
세종정부청사 내 대통령기록관의 기념석. 2016년 경기도에서 세종시로 이전했다. / 김미정
세종정부청사 내 대통령기록관 기념석. 대통령기록관은 2016년 경기도에서 세종시로 이전했다. / 김미정

대통령기록관 관람객 현황을 보면 학생은 2016년 3만4천480명으로 전체 20.1%, 2017년 3만4천855명(23.2%), 2018년 3만4천882명(23.3%), 2019년 3만1천501명(21.7%), 2020년 5천284명(21%), 2021년 11월말 기준 6천351명(21%) 등 꾸준히 20%대를 보이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 세 자녀와 함께 대통령기록관을 찾은 이미리(39·여)씨는 "논란이 된다고 해서 아예 정보조차 주지 않는 건 말이 안된다"며 "대통령기록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딸 이우주(양현초 4학년) 양도 "대통령들이 걸어온 주요 경력은 학생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사항이고 전시관에서 당연히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관의 메인전시인 대통령상징관에 제1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11명에 대한 대통령상징물이 세워져있다. 최근 故전두환씨 사망 정보 추가과정에서 논란을 빚자 대통령상징물을 리모델링해 10여개 프로필을 없앴다. 지금은 이름, 출생년도, 사망년도, 재임기간만 적혀있다. / 김미정
대통령기록관의 메인전시인 대통령상징관의 대통령상징물 리모델링 전 故전두환씨의 프로필. / 김미정

익명을 요구한 한 청주시민도 "객관적 사실을 전시하라는 것이지 역사적 평가를 하라는 것이 아닌데 주요 프로필을 없앤 것은 논란 회피용 이라는 생각밖에 안든다"며 "국가기관에서 미래를 내다봐야지 이런 식은 비난받아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대통령기록관측은 내부 검토와 타 전시관 비교를 거쳐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실무진 검토를 거쳤고 최종결정권자인 관장이 좋다고 해서 (프로필 삭제를) 추진하게 됐다"며 "대통령 프로필 정보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나온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상징물은 텍스트아트로 이미지를 만든건데 상징물 하단에 프로필이 있다보니 관람객 눈높이와 맞지 않고 너무 많은 정보를 제시하고 있어 가독성·전달력이 떨어져 개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故 전두환·노태우 씨는 1980년 5.18사건 관련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각 무기징역, 징역 17년의 형이 확정돼 의전·예우는 물론 '전 대통령' 칭호, 국립묘지 안장, 연금 등을 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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