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설연휴 동안 많은 이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주로 카톡이나, 전화 메시지를 통해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이다. 어떤 이는 호랑이 해를 상징한 호랑이 도안을 넣은 인사를, 또 어떤 이는 한복 입은 부부 사진을 담은 인사를, 또 어떤 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인사를 보내오기도 했다. 또 어떤 이는 나와의 개인적인 사연을 적어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틈나는 대로 일일이 답장 메시지를 보냈다. 귀한 분들이 내게 이렇게 관심 가져 주는 것에 대해 고맙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명절 때면 산과 들로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즐길 거리로 시간을 보내기 바쁘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 써 주는 이들이 있으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배려와 공감 능력이 부족한 자신을 책(責)하게 된다. 물론 나도 연말 연초에는 신세 진 몇 분에게 인사장을 보내고 전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명절에까지는 못한다. 게으르고 배려가 부족해서다.

가끔 "어려운 일 당할 때만 전화해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면서 전화를 걸어오거나,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이럴 때 찾는 거지, 뭐"라고 응대하며 맞이한다. 법률가인 나를 찾아주는 이가 있는 게 감사하고, 쓰임받는 게 소중하기 때문이다. 나 같은 서비스업 종사자는 친밀도를 떠나 찾아주기만 해도 고맙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평소 인격적 소통이나 교제가 없던 이가 그저 자기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로 연락해 오는 경우는 '아니올시다'이다. 비즈니스나 정치에 끌어들이려고 하는 경우가 단적인 예다. 한 달 뒤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시도 때도 없이 지지 호소 메시지가 찾아든다. 페이스북 또는 카카오톡에도 친구 맺기 요청이 쇄도한다. 선거운동원으로서 하는 활동을 폄혜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특정후보에 대한 가짜뉴스를 짜깁기한 유튜브 자료나 기사자료를 연속해서 보내는 경우는 참기 어렵다. 정책은 없이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메시지로 귀찮게 하는 이는 할 수 없이 관계를 정리한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나노(nano)사회'로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쪼개져 있다는 거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대면 접촉이나 친밀한 만남과 같은 전통적 인간관계가 줄어든다. 산업의 세분화, 노동의 파편화, 트렌드의 미세화가 이를 촉진시킨다.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는 그런 현상에 기폭제가 되었다. 함께 모이지 못하니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간다. 점점 사회가 파편화되고, 자신에게만 몰두하게 된다. 예전 명절 때면 대가족이 몰려 앉아 인사를 나누고 같이 놀이도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이지 말라 하니 눈치 보여 자녀들도 번갈아 부모를 찾는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TV 앞에 모여 오락프로를 보지도 않는다. 한자리에 앉아서도 스마트폰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를 유튜브나 다른 앱으로 본다. 조각조각 흩어져 취향이나 이해관계가 같은 사람끼리만 관계를 맺고, 그러다 보니 자기 확증에 빠져 내 편만 옳다고 하고, 반대 진영에 대한 증오심이 증폭되기도 한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이건 아니다.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해야 한다. '함께 산다'는 인식의 회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배려해 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아집과 진영논리를 벗어나야 한다. 흔히 하는 말로,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법에 자연범(自然犯)과 법정범(法定犯)의 구별이 있다. 전자는 살인죄나 강도죄처럼 인륜에 어긋나서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처벌되는 범죄다. 후자는 간통죄처럼 시대와 장소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진다. 일단 자연범처럼 윤리적 논리적으로 잘못되었을 때 틀렸다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감정만으로 틀렸다고 하면 안 된다. 편가르기도 잘못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다 해도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니 명절을 맞이해 덕담을 보내주는 배려의 마음이 고맙고 귀하다. 더 귀한 것은, 아무 때나 불쑥 전화해서 목소리 듣고 싶어 연락했노라고 안부를 묻는 모습이다. 평소 연락하고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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