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한겨울 반팔차림으로 내쫓고 수개월 괴롭혀

[중부매일 신동빈기 기자] '청주 삼단봉 살인사건' 피해자가 수개월 간 데이트폭력에 시달린 정황이 확인됐다.

피의자 A(32·여)씨는 지난해 9월부터 청주시 흥덕구 피해자 B(31)씨의 원룸에서 함께 지냈다. 이 기간 A씨는 B씨와 다툴 때 마다 그를 집밖으로 내쫓았다.

건물주 C씨는 "올해 1월에 B씨가 반팔차림으로 사흘간 쫓겨난 적이 있다"며 "한파가 몰아칠 때라 남는 방을 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B씨는 A씨에 대한 공포감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여자친구를 피해 한 겨울에 옥상에서 돗자리로 몸을 말고 잔적이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인근 주민들 역시 "B씨가 집을 들어가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고 말했다.

A씨의 잔혹한 데이트폭력은 결국 B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A씨는 지난 2월 B씨를 삼단봉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이후 그는 한 달여간 B씨의 시신을 원룸 베란다에 방치하며, B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연기했다. A씨는 지난 3월 10일 숨진 B씨의 휴대폰으로 C씨에게 "여자친구와 싸워서 쫓겨나 연락이 안됐다", "밀린 월세는 조만간 지급하겠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집 앞에 세워진 B씨의 자전거를 마치 사용한 것처럼 옮겨 놓기도 했다.

하지만 심경의 변화가 생긴 A씨는 13일 오전 1시 30분께 흥덕구의 한 지구대를 찾아 "한 달 전 삼단봉으로 남자친구를 죽였다"고 자수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2시께 이들의 주거지에서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B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는 현재 살인 혐의 등으로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A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B씨가 생전에 데이트폭력 등으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여부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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