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지원…직업훈련기관 자금 '보릿고개'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지원…직업훈련기관 자금 '보릿고개'
  • 박상철 기자
  • 승인 2022.06.27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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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인건비 상승분 반영 안 된 훈련비·장려금
자금난에 교육 질 떨어져… 피해는 훈련생이

[중부매일 박상철 기자] 전문 기술 인력 양성 요람으로 자리 잡은 직업훈련기관(직업전문학교, 훈련법인)들이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수년간 현실과 동떨어진 훈련비 및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는데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훈련생들이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 지정 직업훈련기관은 직업 능력 개발 훈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NCS 표준 직종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 수요 맞춤형 인력을 공급함으로써 사회안전망 역할은 물론 고용 및 실업 안정화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이처럼 직업훈련기관은 연간 약 70만 명 규모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내부 운영 실상은 이와 정반대다. 훈련 수요 기본 바탕이 되는 인구 감소에 코로나19 장기화로 훈련생 모집 어려움으로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훈련비와 장려금(수당·교통비·식비)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훈련비는 NCS 각 직종별 훈련 단가에 훈련 인원수와 훈련 시간을 곱한 것으로 직업훈련기관 운영비로 쓰인다.

하지만 현 훈련비는 상승한 물가·인건비·임차료·재료비 등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훈련비의 30~40%를 차지하는 강사와 행정 직원에 대한 인건비는 지난 10년간(2009년 최저임금 4천 원→2022년 9천160원) 2배 넘게 오른 데다 임차료·재료비 등 훈련 제반비용도 30% 올랐지만 훈련비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600여 회원사를 둔 전국직업전문학교총연합회(이하 직업학교연합회)에 따르면 훈련비가 2020년 일부 조정됐지만 전체 직종 중 37%는 오히려 낮아졌다. 설령 오른 직종이더라고 올해 4%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평균 2~3% 상승률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직업학교연합회 관계자는 "훈련비가 낮다보니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직종과 AI 등 4차산업 관련 훈련을 위한 대규모 시설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부족한 훈련비에 교육을 맞추다보니 하향 평준화된 훈련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충북에서 직업훈련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2000년 직업훈련 시설 구축과 장비 구입을 시작으로 지급까지 약 100억 원을 투자해 정부 위탁 국가기간산업직종훈련을 시행해왔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누적 적자로 부채 비율이 50%에 달한다. 현재 일부 훈련 시설을 임대업으로 전환해 경영 안정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턱없이 부족한 훈련수당도 문제다. 훈련수당은 '정부위탁훈련실시규정'에 의해 2001년부터 우선직종수당으로 단일화해 훈련생들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2019년 1월부터 수당 지급이 폐지됐다. 이유는 실업수당과 고용보험 지원 확대로 인한 예산부족 때문이다. 코로나19로 2021년 1월부터 12월까지 특별 수당 18만4천원이 일시 지급됐지만 올해부터 다시 폐지됐다.

또한 2008년 9월 제정된 '직업능력개발계좌제 시범실시 규정'에 따라 훈련생 한명 당 1일 교통비 2천500원, 식비 3천300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훈련생들이 한 달(휴일 뺀 20일 기준)에 받는 교통비는 5만 원, 식비 6만6천 원 등 총 11만6천 원에 불과하다. 이 가격 역시도 14년째 동결상태다.

20년 넘게 직업훈련기관에 몸담고 있는 B교수는 "하루 8시간 씩 교육을 받는 훈련생들이 훈련장려금을 받기 위해선 규정상 취업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최소 생활비 보전 명목으로 훈련수당 20만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폐지되면서 훈련생들은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훈련에만 전념하지 못하는 현실이고 운영기관도 투자를 꺼리다보니 결국 피해자는 훈련생"이라며 꼬집었다.

직업학교연합회 관계자는 "건물 임대료나 인건비 등 물가 상승에 따른 훈련비용 상승에도 훈련비 단가와 훈련장려금 등은 13년 전인 2008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그동안 민간직업훈련기관들이 노동부, 기획재정부, 국회 등에 지속적으로 훈련비 단가와 훈련장려금을 현실 물가에 맞게 조정해 달라고 건의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2014년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이하 국기직종) 참여자의 경우에 한 해 기존 11만6천원에 추가로 수당 20만원을 지급했다"며 "하지만 국기직종 훈련 추가 장려금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폐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려금은 식비나 교통비로 내역을 한정해 지원하는 건 아니다. 훈련생 유인 및 참여 촉진을 위한 장려금 성격이다. 우리 부처에서도 재정당국과 훈련비 인상을 논의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고용노동부 인상요구안이 받아들여지면 타 부처에서도 진행하고 있는 교육 사업 예산도 같이 올려야하기 때문이다. 매년 훈련비 인상을 요청하곤 있지만 금방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직업학교연합회 제공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0년 고용노동부 지정 직업훈련시설은 956개였다. 하지만 해마다 경영상 어려움으로 2020년 기준 697개로 10년 사이 262개(30%↓)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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