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지사의 '차 없는 도청' 시행이 시작부터 스텝이 꼬이고 있다.

충북도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22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 의견수렴 없는 차 없는 충북도청 강제 시행을 즉각 철회하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도청과 인근지역의 심각한 주차난을 지적하며 김지사의 개혁 행보와 여론몰이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도청 직원 1천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80%가 차 없는 도청 추진을 '반대'했다.

특히 설문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건 김 지사가 '차 없는 도청'의 대안으로 제시하며 핵심적으로 강조한 문화예술공간에 활용에 대한 부분이다. 도청 직원 71%가 문화예술공간 조성시 도민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응답을 내놨다.

충북은 도립미술관, 도립공연장, 도립도서관, 도립박물관 등 도립 문화기반 시설이 사실상 전무하다. 김 지사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충북도청 주차장을 굳이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한다고 대안을 내놨다면 일단 성공적(?)이다. 직원들의 거센 반발과 주차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천명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문화가 문화다우려면' 충북도가 당면한 과제부터 순서를 정해 행정가답게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이시종 전 지사가 12년간 문화분야에 소홀했다는 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주차문제와 구도심 활용안 등 각론없이 밀어붙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박경국 전 충북도 행정부지사가 SNS에서 지적한 것처럼 '여유롭고 한가로운' 소리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이는 곧 김 지사가 5대 도정목표 중 두번째로 꼽은 '문화를 더 가깝게'라는 방침 자체에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처사로 오히려 '문화와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월 전국 245개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2020년 기준 지역문화실태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문화정책·문화자원·문화활동·문화향유 등으로 분류해 조사한 결과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지역문화종합지수 상위 10개 지역에 '충북도'는 없었다.

김 지사는 '차 없는 도청'으로 외형적인 문화공간만 확보할 일이 아니라 정책과 자원을 활용한 문화활동과 향유 가능성까지 면밀히 검토해 12년간 성과없던 '문화분야'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단순히 주차장 없애는 일이 개혁과 혁신은 아니지 않는가. 김 지사는 '충북을 새롭게 도민을 신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 이전에 충북도청 직원들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자신과 함께 일하고 슬로건을 실현시키기 위한 1천여명의 직원들이야말로 충북 도민 아닌가. 직원들 공감대와 마음을 얻지 못하면 슬로건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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