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벤트 성격 짙어 전액 삭감… 지자체 "재원 마련 어려움 많아"

청주시는 지난 8일부터 청주폐이 기존 충전한도를 월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여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국비 지원이 줄었기 때문이다./청주시
청주시는 지난 8일부터 청주폐이 기존 충전한도를 월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여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국비 지원이 줄었기 때문이다./청주시

[중부매일 박상철 기자]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13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사랑상품권(이하 지역화폐)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해 지역화폐 예산은 1조5천222억원에서 올해 6천50억원으로 줄었다. 내년 정부안에서는 0원이 됐다.

지역화폐란 전국 232개 지방자치단체 지역 내 소비 진작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지자체 가맹점 내 결제액 일정 비율(통상 10%)을 할인해 캐시백 등으로 돌려준다. 지역화폐를 통해 주민들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카드 수수료 부담 없이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지역화폐는 지역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에 지역민들 소득이 지역 밖으로 새는 것을 막았다. 또 지역화폐는 본사가 있는 서울로 수익을 유출시키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에 지역 내 소상공인 매장 매출을 신장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이 이벤트 성격이 짙어 정상화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예산이 아니라 일부 지역, 불특정 계층에 편정됐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내년 지역화폐 예산이 전액 삭감 소식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 산남동에서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는 A(42)씨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청주페이는 우리와 같은 소상공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며 "새 정부가 예산을 삭감한다고 하니 그저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성화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B(38)씨 역시도 "국고 지원이 사라지면 현행 인센티브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결국 소비자들 사용 유인도 떨어져 소상공인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할 땐 그에 대한 대안이라도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조차 없었다는 건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정치"라고 꼬집었다.

정부 지원 감축에 지자체도 난감함을 표하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 8일부터 기존 충전한도를 월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여 시행한다고 밝혔다. 인센티브 10%를 지급하면서 최대 2만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년 국비 지원이 끊어지면 지역화폐 운영에 난항이 예상된다.

청주시 관계자는 "인센티브가 줄어든 건 국비 지원이 줄면서 지자체 재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며 "지난 8일부터 지급되는 청주페이 인센티브도 올해 2회 추경 때 마련한 94억원을 연말까지 나눠 지원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지역화폐 예산을 정부가 전액 삭감하면서 지자체 입장에서는 정말 난감한 상황"이라며 "지역 국회의원들과 중앙정부에도 지속적으로 지원 요청을 하고, 충북도와도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13일 제천시도 다음 달부터 지역화폐 '모아'의 1인당 월 구매 한도를 현행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정부 지역화폐 국비 지원이 작년 대비 60% 이상 감소한 가운데 지역화폐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관련 예산이 거의 소진됐기 때문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국비지원 없이 할인비용을 시 예산만으로 충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내년 제천화폐 할인판매 규모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라며 "예산확보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제천화폐 판매 규모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양군도 내달부터 종이형 '단양사랑상품권'의 월 구매 한도를 20만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상품권 제작비, 판매·환전 수수료, 폐기 비용 등을 절약하기 위한 것이다. 단 카드형과 합친 전체 구매 한도는 종전대로 월 70만원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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