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난영 수필가

추석 연휴 시작하는 날부터 형제들이 모였다. 차례를 지내고 성묘와 뒷정리까지 마치니 홀가분했다. 마지막 날 친정 부모님을 뵈러 팔순이 넘은 셋째 오빠 내외를 모시고 선산으로 향했다.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진천 터널을 진입하는데 갑자기 차가 나가지 않는다며, 옆지기가 겁먹은 듯 "어! 어!" 한다. 비상등을 켜며, "타이어가 터졌나." 하는 순간, 엔진에서 연기가 풀풀 났다. 급히 대피 차로에 차를 세웠다. 연기는 점점 심해지고 불꽃이 이는지 주위가 벌게졌다. 일촉즉발 상황이다. 터널에서 화재라니! 눈앞이 하얘졌다.

터널에서는 작은 사고도 큰 사고로 번지는 것을 뉴스에서 많이 보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가슴이 떨렸다. 마음을 진정하고 112에 신고했다.

시동을 꺼서인지 다행히 불은 번지지 않았고, 연기의 강도도 점점 약해졌다. 잠시 뒤 오창119안전센터 안전조치 차량이 도착했다. 후덕해 보이는 기사님이 벌벌 떨고 있는 우리를 안심시키며, 혹시 모르니 한쪽으로 피해 있으란다. 뒤이어 119 소방차가 오창과 진천에서 오고, 구급차와 경찰차까지 왔다. 119 소방차를 보는 순간 더 큰 사고로 번지지 않을 것 같아 안도의 숨을 쉬었다.

구급대원들이 다친 데 없느냐며 달려왔다. 소방관과 경찰들은 일사불란하게 차량 통제와 교통정리를 하며, 소방호스로 아직도 연기가 나고 있는 엔진에 물을 뿌렸다. 친절하면서도 신속한 대처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평소 투철한 국가관으로 똘똘 뭉쳐있는 소방공무원들임을 잘 알고 있었으나 눈물 나게 고마웠다.

올케언니 얼굴이 백지장이다. 폐암 수술을 하고 회복 중인 언니가 잘못될까 봐 가슴이 두방망이질했다. 떨고 있는 언니와 오빠를 빨리 터널 밖으로 내보내야 할 것 같아 경찰들에게 진천 터미널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옆지기에게 뒤처리를 부탁하고 함께 경찰차에 탔다. 터미널에 내리고 나서야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제야 고맙다며 어느 경찰서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진천 경찰서라며 차를 가리킨다. 진천 경찰서라고 또렷하게 쓰여 있는데도 보이지 않았으니.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선산 옆에 사는 언니네 집에 들렀다가 부모님 산소까지 다녀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 번호 키를 누르는 손이 떨렸다. 무탈하게 귀가했다는 안정감에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언니네 집에서 청심환을 먹었어도 떨리는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다. 훌쩍이고 있는데 그가 돌아왔다. 고마움에 와락 껴안았다. 차는 폐차를 해야 한단다. 그래도 천우신조로 더 큰 사고 없이 지나가는 오늘에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이난영 수필가
이난영 수필가

생각하니 10초 사이에 운명이 바뀔 뻔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라 평소보다는 차량 이동이 많았다. 만약 1차선으로 갔거나 비상 대피로가 없었다면 우물쭈물하다가 접촉 사고가 나서 크게 다쳤을지도 모른다. 2차선으로 갔기에 바로 대피로에 진입할 수 있었고, 신속히 도착한 소방공무원들과 경찰들이 교통통제와 정리까지 완벽하게 해주어 2차 사고가 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공직을 수행하는 소방공무원들과 경찰들이 있었기에 안전하게 마무리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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