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몇 년 전 출간된 영어 공부에 관한 책 제목이다. 효과적인 영어습득 방법으로서, 초등학교 수준부터 시작해서 영어로 된 이야기 책을 소리내어 읽으라고 한다. 문장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의미가 끊어지는 곳에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읽는 방식으로 조금씩 수준을 높여 계속 읽게 되면 영어가 저절로 입에 붙게 된다고 한다. 이 책 읽기 전에도 같은 생각으로 비슷한 훈련을 해오던 터라, 책 내용에 쉽게 동화되었다. 그래서 종전부터 해오던 대로 주로 아침 시간에 고등학교 영어 교재를 소리 내어 읽기를 반복했다. 수년에 걸쳐 세 권의 다른 영어 교과서를 대여섯 차례씩 읽으면서 중요한 구절은 암기하려고 노력했다.

요즘은 교과서 읽기를 그만두고 매주 배달되는 〈Economist〉 잡지 기사를 몇 개씩 골라서 소리 내어 읽는다. 간혹 PC나 휴대전화로 온라인 신문을 읽기도 한다. 오늘도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재판에 참여했다가 돌아와 한 시간 가까이 내 방 문을 닫고 소리 내서 잡지의 기사를 읽었다. 읽으면서 동시에 휴대전화로 녹음도 했다. 재판업무로 쌓였던 스트레스가 모두 스러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한 시간을 걸어서 귀가하는 길에 녹음한 것을 들어본다. 어느 부분에서는 제대로 읽지 못한 것도 발견된다. 고쳐서 읽어본다. 이어서 영어 라디오를 들으면서 걸었다.

청년시절에는 영어공부 일환(一環)으로 잘된 연설이라고 알려진 연설문을 여러 번 들으면서 따라 읽기도 했다. 심지어 1977년 미국 카터 대통령 취임연설문은 통째로 외워서, 걸을 때나 운전할 때 연설을 해보기도 했다. 지금도 그 연설문의 전반부 반 정도는 아무 암송할 수 있다. 글을 쓰거나 연설을 할 때 그 연설 중 한 두 구절을 분위기에 맞게 우리말이나 영어로 인용하기도 한다. 이게 낭독의 힘이고 암기의 힘이다. 좋은 말, 좋은 구절을 외웠다가 그대로 또는 변용해서 사용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좋은 글은 베껴놓고 필요한 경우 인용하거나 변용해 사용하지 않는가.

일전 라이온스클럽 지도자들에게 '효과적인 연설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면서 위와 같이 내가 평소에 하고 있는 말하기 방법을 소개했다. 어떤 행사에서 연설하기 전에는 반드시 연습을 하되, 운전을 하거나 걸을 때 하면 효과적이라고. 그리고 평소 시집을 소리 내서 읽기를 권했다. 발음과 표현력이 좋아진다. 10년 넘게 TV에서 시사프로 진행을 할 때는 방송 당일 출근시간이나 퇴근시간에 프로그램 도입부와 종결부의 말을 여러 차례 연습했다. 9년 전 라이온스 싱가포르 동양동남아대회(OSEAL FORUM)의 영어로 하는 봉사실적 발표대회에 한국대표로 나가기 전에도 약 일주일 정도 출퇴근 시간에 운전하며 연습했던 일도 있다. 그 결과로 영예의 우승을 차지해, 고교 시절 영어 웅변대회 나갔다가 입상하지 못한 나쁜 추억을 씻기도 했다.

국제 세미나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외국에 나가는 경우, 아침에 일어나서 역시 잡지기사나 관련자료를 소리내서 삼십 분 정도 읽는 것이 습관이다. 확실히 표현도 좋아지고 발음도 좋아진다. 어린 아기가 말을 배우는 것도 듣고 따라 하기를 반복해서 가능하지 않던가. 초등학교 때부터 국어시간에 소리내어 읽는 훈련을 하는 것도 같은 뜻일 게다.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배우기 시작한 영어책을 수십 번 읽어서 문장을 외우려고 했던 기억도 있다. 그 때는 처음 배우는 영어가 마냥 재미 있어서 그랬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추석 지나고 이제 완연한 가을, 들판이 황금색으로 변해간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운동이든 공부든, 여행이든, 뭐든 새로운 기분으로 새롭게 시작해 보자. 오늘 아침 답답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한 시간 가까이 걸어서 출근하니, 몸과 마음이 개운해졌다. 걸으면서 변해가는 가을 들판도 보고, 뒷산에 익어가는 밤송이들도 봤다. 휴대전화로 방송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며 하루 일과도 계획할 수 있었다. 퇴근할 때도 걸었다.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가시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아름다운 가을에 나도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사뭇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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