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병원 퇴거불응·본관 존치 공방 등 건립 지지부진에 상가 곳곳 임대·휴업 딱지

28일 청주시 상당구 중앙동 옛 청주시청 본관 인근 카페에 '임대 문의' 안내가 걸려 있다. /박건영
28일 청주시 상당구 중앙동 옛 청주시청 본관 인근 카페에 '임대 문의' 안내가 걸려 있다. /박건영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앞으로 2~3년이면 더 버텨볼까 했는데, 손님이 없어 도저히 식당을 운영할 수 없어 폐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청주시청 임시청사가 문화제조창과 제2청사로 이전한 뒤 주변 상권 침체가 가속화 되고 있다. 특히 이전 4개월이 지나서도 청주신청사 건립이 지지부진하게 늘어지면서 상인들은 주변 상권 슬럼화가 먼 얘기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28일 낮 12시께 찾은 옛 청주시청 본관 주변은 한산했다. 점심 시간이면 공무원이나 민원인들로 붐볐던 시청 후문 식당에는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졌고, 문을 닫은 가게 여기저기에는 '임대문의' 안내문이 내걸렸다. 반세기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음식점도 뚝 끊긴 유동인구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마저 영업중인 음식점들도 개점휴업 상태와 마찬가지였다. 주변 상권 뿐만 아니라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던 공영주차장도 텅텅 비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에서 수 년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58)씨는 "청주시청 임시청사가 이전한 뒤로 시청 직원이나 민원인들이 오가지 않아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다"며 "직원들의 점심식사나 모임 뿐만 아니라 오고 가던 민원인들이 끊기니 찾아오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청주시청 임시청사가 이전한 뒤 반세기 가까이 영업을 해 온 음식점도 문을 닫았다. /박건영
청주시청 임시청사가 이전한 뒤 반세기 가까이 영업을 해 온 음식점도 문을 닫았다. /박건영

하지만 상인들이 시청 이전 소식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카페를 운영하는 B(52)씨는 "시청이 이전한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2025년에는 신청사 준공이 완료된다고 해서 2~3년 버텨보려고 했다"며 "하지만 최근 청주병원 퇴거불응과 함께 본관 존치 공방 등으로 신청사 건립이 수 년이 지연된다는 소식을 듣고 가게 이전 계획을 고민중"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30여년 째 구둣방을 운영해 온 신천선(63)씨는 이곳의 역사를 함께 한 몇 안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신씨는 "신청사 건립과 관련해 서로 자신들만의 입장을 내세우면서 하루에 2만~3만원도 쥘까 말까 하고 있다"며 "지금도 비어 있는 가게에는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지 않는데 수 개월 안에는 이처럼 빈 점포들이 늘면서 슬럼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청주시도 청사를 이전하면서 상황이 이같이 될 것을 예견했다.

이에 따라 시는 구내식당 휴무를 월 2회로 늘리고 옛 시청 본관 주변 음식점을 이용하면 기념품을 선물하는 등 상권 살리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용을 권고하고는 있지만 1시간이라는 정해진 점심시간 안에 거리가 먼 옛 시청 본관까지 왕복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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