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영혼이 사람에게서 한번 떠나면 육신과 영혼사이에 한 뼘도 안 되는 좁고 깊은 강이 있는데, 일단 건너가면 그 틈이 망망대해처럼 가물가물하게 넓어져서 다시는 돌아올 수가 없단다. 그 좁은 강의 건너 쪽 세상을 사람들이 저세상이라고 부르는데, 한 번 건너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니 저승 갔다 왔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서울 안 가본 사람이 가본 이를 이기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 강을 건너면 바로 저세상으로 들어가는 넓은 문이 있는데, 그 문을 통과하면 좌우에 정착지로 가는 문이 하나씩 있다고 한다. 문에 표시는 없지만 가다보면 하나는 무덤(黑暗)길이 열리고 다른 문은 세상(光明)길이 열리는데, 자신이 선택한 길이니 순순히 따라간단다. 저세상 이야기는 그 강을 건너기(殞命) 직전에 깨어난 사람이 건너편과 연결하여 사후세계를 그린 것이리라.

저세상을 다녀온 사람이 없어 그 진위를 밝힐 수가 없지만, 누군가가 다녀왔다고 증언을 해도 보이거나 잡히는 게 없으니 믿거나 말거나가 된다. 이를 심령과학으로 풀어보지만 실체가 없다며 믿으려들지도 않고, 다녀온 사람의 증언이라지만 공감으로 끄덕일 게 없으니 흔들 수밖에.

그럼에도 사람들은 가짜 뉴스처럼 반신반의하며 카더라에 힘을 얻어 그 강을 안 건너려고 발버둥으로 버텨보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제 생로병사의 전 과정이 끝났다며 다소곳이 받아들인다. 그러기에 '백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며 유종의 미 거두기에 분주하다.

저 세상은 여기보다 몇 천만 배나 더 넓은 곳인데, 한세상을 사람답게 산 사람들만 모셔다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내는 살기 좋은 세상(天堂)과 남에게 못됨 짓으로 피해를 입힌 이들만 골라서 그가 한 짓 이상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지내게 하는 곳(地獄)이 있으니 제발 사람처럼 살다가 오라고 권면하더란다. 이건 오래전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뵙고 왔다는 사람의 말이라는데, 그 말을 전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도 모른단다.

저 세상이 탐이 나서 과정을 다 마치기도 전에 스스로 찾아간 이들 중에는 한국인이 가장 많다고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을 잠시 잊었었나? 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그렇게 강했었나? 아는 길도 물어 가랬는데.

저 세상은 어떻게 생겼으며, 거기선 뭘 먹고 살지? 짐승은 없고 사람만 있나? 아주 오래전 조상들도 다 만날 수 있나? 내가 이렇게 잘 된 것이 다 그분들이 보살펴주신 덕인가? 사무착오로 귀향조치도 한다는 게 사실인가? 나의 살던 고향이 거기에도 있나? 여기선 안 보이는 땅속의 사람 맘까지 다 보인다지? 강을 건너면 정말 다른 사람으로 환생하나? 그럼 짝꿍도 바꿀 수 있나? 궁금한 게 하나 둘이 아닐 텐데, 어느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단다. 그런데, 그 근처에도 못가본 당신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풍문에 그냥 주어들은 거지?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아기들의 꿈속에선 수시로 저세상이 보인다는데, 아직 말을 못하니 전달할 수도 없고, 말할 수 있을 땐 망각에 잠겨서 그저 안타까울 뿐이란다. 제발 그런 거 알려들지 말고 지금에만 충실 하란다. 안다고 한들 저쪽 일인데 어쩌겠는가? 너무도 완벽해 손 댈 게 없으니 하늘의 오묘한 조화(天機)를 흠처내지 말라며 성현군자 위인장수도 위업 종료와 효용 유한에 촌각지체도 없단다. 이 저세상 모두가 하늘 뜻 그대로니 사람 뜻은 썩 물렀거라.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